수국비 고찰 - 주장과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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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비 관련 칼럼을 굉장히 오랫만에 쓰네요. 당연히 여러분에게 실질적인 국어 실력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비록 최근 기출을 다 담지는 않았지만, 여러번 구매자분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듯이, 수능 비문학의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으며 단지 새로운 껍데기, 형태로 바뀔 뿐이지 유형은 같고 거기서 집중해야할 부분도 동일합니다.
제가 과거 '주장과 쟁점' 파트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했나요? 저는 '쟁점'이 반드시 중요하다고 했으며, 쟁점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확실히 이해하고 아는 것이 포인트라고 했습니다. 주장과 쟁점 지문에서 고난도 문제를 보면, 보통 쟁점을 묻는 질문이 많은데 많은 학생들이 이런 쟁점 지문에서 어려운 철학 용어에 정신이 팔려서 정확한 쟁점 파악을 못해서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주장과 쟁점에서 제가 왜 쟁점을 매우 강조했는지, 또한 더불어 실제 우리 사회에서 쟁점화된 이야기를 예시로 들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토론이나 재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쟁점'입니다. 그야말로 이것을 두고 양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니까요. 쟁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당연히 토론에서도 지고 재판에서도 집니다. 동문서답하는 사람한테 좋은 점수를 줄 리가 없습니다.
https://www.yna.co.kr/view/GYH20170103001100044
아마 과거 이과생, 현재 통합과학을 공부하는 학생 중에서 생물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유전병'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유전병은 말 그대로 유전되는 질환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통 유전물질에 박혀있어서 자손을 거쳐 계속 남거나, 유전자 전달 과정에서의 오류로 발생합니다.
사회에서는 '가족력'이라고도 하지요. 제 아버지가 비염이 조금 있으신데, 저도 약간 비염으로 인한 코맹맹이 목소리가 납니다. 저희 아버지는 또 무좀이 있으신데, 저도 과거에 잘 안씻을때는 무좀을 앓은 적이 있습니다. 무좀균이 설마 유전이 될 리가 없겠죠. 아마 발가락 모양이 무좀균에게 유리한 형태를 물려받았기에 그런 것일 껍니다.
유전병과 관련해서 매우 대표적인 예시가 '근친혼'입니다. 유전적으로 굉장히 가까운 사람들끼리 결혼할 경우 유전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하죠. 과거에는 왕족들이나 귀족들이 권력을 유지하고, 재산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서로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신라에서 4촌간의 결혼이 존재했었죠.
이 때문에 근친혼으로 가문이 몰락한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 합스부르크가는 오랫동안 근친혼을 이어오면서 권력을 유지했는데, 심각한 유전병이 계속 발병하여 결국 권력이 약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앓았던 유전병인 주걱턱이 잘 드러나는 사진입니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가까운 친척, 심지어 형제자매와도 결혼을 하는 근친혼이 다수 발생했었습니다. 덕분에 권력이 다른 왕가에게 흡수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합스부르크 특유의 유전병이 점점 세대를 걸칠 수록 나타나면서 커다란 생물학적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심각한 주걱턱은 물론 언어를 제대로 발음하고 구사하기 어려웠고, 매우 비극적이게도 음식도 잘 못씹고 지능과 정신에 문제가 있었을 정도입니다. 근친혼이 지나치게 이어지다보니 유전병 관련 인자가 계속 계승되고 좁아지면서 후손들에게 악영향을 미친 것이죠.
그래서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근친혼을 금지한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러한 유전병의 위험 발생 때문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얼마전 이러한 법조항에 대해서 헌법소원이 있었습니다. 한국 법에서는 8촌 이내의 사람들끼리의 결혼을 금지(근친혼 금지)를 해놨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사촌만 넘어가도 서로 알기가 힘들고 뒤늦게 8촌 이내 친척이라는 것이 밝혀져서 결혼을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했었습니다.
일단 8촌 이내의 결혼을 금지한 법 자체가 굉장히 낡았기 때문에 예전 기준이라서 현대와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대가족이 보편적이었으나 지금은 핵가족이 보편적이죠. 설날이나 추석 아니라면 친척을 보기도 힘들고,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있듯이 친척보다도 당장 이웃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근친혼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이러한 생물학적 문제는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습니다. 헌법소원에서 근친혼에 대해서 쟁점화한 것은 '개인의 행복추구권' 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한국의 헌법에서는 행복추구권이 명시되어 있죠. 그런데 서로 행복해서 결혼하려고 보니까 8촌 이내라서 결혼을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는 말입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46408
실제로 현실에서 8촌은 굉장히 먼 사이이기도 하면서 해당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서로 이성과 결혼해서 행복할 권리가 있는데, 8촌이라는 굉장히 넓은 허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죠.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유전적인 요소는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고, 오로지 '행복추구권'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무부에서는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8촌 이내의 근친혼은 다소 부정적이다면서 근친혼 제한을 옹호했지만, 외국의 경우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4촌간의 결혼도 허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제가 왜 갑자기 앞에서는 유전병 이야기, 근친혼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뒤에서는 헌법소원 사례를 들었느냐? 면 이렇듯 한가지 문제에 대해서 쟁점을 다양할 수 있으며, 해당 쟁점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만약 생물을 배운 학생이 비문학 지문에 근친혼 금지에 대한 단어만 보고, 편견에 빠져서 유전병과 관련된 것이리라 짐작하고 바로 문제를 풀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다 틀리는 겁니다.
만약 지문에서 '근친혼 반대에 대한 토론'이 나왔는데 핵심 쟁점이 '행복추구권'이라면, 선지에서 이런 행복이나 개인의 자유와 관련된 것들이 정답이 될 확률이 극도로 높아집니다. 여태 비문학 지문을 보면 쟁점을 제대로 이해해야 고난도 문제를 풀 수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만약 헌법소원에서 주요 쟁점은 행복추구권인데, 반박하는 입장에서 생물학적 요소를 근거로 가져온다? 바로 패소하는 겁니다. 주요 쟁점을 정확하고 확실히 이해하여 그에 해당하는 근거와 주장을 펼쳐야지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뜬끔없이 생물학적 요소가 중요하겠거니 판단하고 해당 근거를 가져오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근친혼은 보통 유전병 때문에 금지된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실사례의 헌법 소원에서는 개인의 행복추구권이 주요 쟁점으로 나왔습니다. 이 쟁점에서 이기냐 지느냐에 따라서 근친혼이 8촌에서 축소되거나, 강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쟁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지 토론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비문학 지문에서 이런 주장과 쟁점에 대한 내용이 나왔으면, 쓸데없이 개인의 배경지식과 선입견을 가지고 절대 접근하지 말고, 지문에서 나온 주요 쟁점을 정확히 체크하고 그와 관련해서 읽어나가고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아마 여러분이 쟁점만 제대로 파악하면 다 찍어도 70점 이상은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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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국비> 광고를 좀 하겠습니다.
최근 댓글을 보게 되었는데요, 얼마나 감사하던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저는 제가 쓴 전자책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절대 실망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판매 링크를 살포시...
https://docs.orbi.kr/docs/7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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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비 토막연습
1편 - 13년 수능 이상기체 상태방정식, 14년 수능 A형 분광분석법 https://orbi.kr/00028261636
2편 - 16년 9월 A형 산패, 15년 B형 맹자의 의 사상 https://orbi.kr/00028277832
3편 - 16년 9평 B형 사색적 삶, 08년 9평 총체적 인식 https://orbi.kr/00028310551
4편 - 18년 9평 양자 컴퓨터 https://orbi.kr/00028619406
5편 - 15년 수능 B형 신채호 https://orbi.kr/00028709465
6편 - 19년 6평 최한기의 인체관 https://orbi.kr/00028726097
7편 - 13년 9평 B형 각운동량 보존 https://orbi.kr/00028727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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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비 서론
수국과학 0편 - https://orbi.kr/00024902587
수국과학 1편 - 17년 수능 보험지문 https://orbi.kr/00024908611
수국과학 2편 - 16년 9평 A형 소비자 정책 https://orbi.kr/00024918345
수국과학 3편 - 17년 9평 콘크리트 발전사 https://orbi.kr/00024926865
수국과학 4편 - 16년 9월 A형 해시 함수와 보안 https://orbi.kr/00024974585
수국과학 5편 - 11년 수능 부활절 지키기 https://orbi.kr/00025028419
실전특집) 6편 - 19년 수능 질량문제 https://orbi.kr/0002516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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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특집) 8편 - 17년 9평 칼로릭 논쟁 https://orbi.kr/0002519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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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 - 2011 9형 한계비용 https://orbi.kr/00027569221
14편 - 2017 6평 유비추론 https://orbi.kr/00027801923
15편 - 2013 6평 민주주의 https://orbi.kr/00028092044
수국비 비문학 총론
(초장문) 수국과학 비문학 총론 1편 - 여러분의 슬픈 자화상 https://orbi.kr/00028054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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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비 본론
1) 주장과 쟁점
1편 2017 6평 유비추리 동물실험 https://orbi.kr/00028683142
2편 2014 6평 A형 냉전의 기원 https://orbi.kr/00028727301
3편 2016 수능 B형 https://orbi.kr/00028792523
4편 2011 수능 예술의 소명 https://orbi.kr/00028793561
5편 2017 9평 칼로릭 논쟁 https://orbi.kr/00028833989
6편 2008 수능 하비의 피순환이론 https://orbi.kr/00028836028
7편 2014 6평 B형 반본질주의 https://orbi.kr/00028887440
8편 2015 6평 B형 시민사회 https://orbi.kr/00028892999
2) 목적과 방식
1편 2017 수능 반추동물생존 https://orbi.kr/00028793227
2편 2011 수능 부활절 지키기 https://orbi.kr/00028795674
3편 2007 수능 대중매체 비판 https://orbi.kr/00028843807
4편 2016 9평 A형 소비자 권익 정책 https://orbi.kr/00028845090
5편 2014 6평 B형 저작권 https://orbi.kr/00028859822
6편 2009 수능 음악의 아름다움 https://orbi.kr/00028882888
3) 문제와 해결
1편 2011 수능 자산의 개혁 https://orbi.kr/00028748253
2편 2013 수능 A형 분광분석 https://orbi.kr/00028765766
3편 2015 6평 B형 광고규제 https://orbi.kr/00028773354
4편 2014 9평 A형 공동소송 https://orbi.kr/00028865901
5편 2010 수능 기업결합 심사 https://orbi.kr/00028904958
6편 2016 수능 A형 광통신 https://orbi.kr/00029048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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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상과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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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 - 주장과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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