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력이란 무엇인가 8편 - 수학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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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꾸준히 들어오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는 한국의 교육에 대해서 무척이나 반항적입니다. (제가 원래 반골 기질이 있기도 하고) 고등학교 1학년을 입학하는 순간, 제 스스로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해졌습니다.
"앞으로 내가 경쟁해야 할 대상, 앞으로 내가 사업을 해야 하는 대상은 이 좁은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일텐데, 이 시스템에 충실해지고 나면 나의 잠재력과 독창성이 모두 깍여나가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굉장히 심하게 절 괴롭혀서,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그냥 정말 놀기만 했었고, 2학년에는 동아리 창설 후 활동으로 그나마 좀 나은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저 말고도 한국 교육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대학 같은 고등교육기관은 결국 산업에 필요한 도구를 길러내기 위함이다 vs 대학은 과거부터 학문을 연구하던 곳이고 취업 학원으로 변질되면 안된다 같은 논쟁이 흔히 보입니다. 만약 대학에 특정 산업에 필요한 '도구적 인재'를 기른다면, 아마 그 인재들은 다소 불행한 인생을 살 확률이 높습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우나 깊이 있는 삶을 살지 못할 테니까요.
이번 편에 제가 이야기 할 부분은, 실제로 유명한 수능 수학 인강 선생님께서 하신 내용이기도 하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네이버 캐스트 수학 분류의 어딘가에서 나왔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번 편은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한국계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는 수포자까지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아마 기자들이 굉장히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으려고 한 것 같고요, 다만 고등학교 중퇴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를 갔으며, 서울대에서도 학점이 잘 안나왔던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제가 만약 자퇴를 했었다면, 필즈상은 아니지만 허준이 교수와 비슷하게 살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해당 인물을 크게 공감하고 존경합니다.
제가 한번 간단한 문제를 내보겠습니다.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변수가 2가지인 일차 방정식에 관한 문제입니다. 셈이 굉장히 발달한 분들은 암산만으로도 쉽게 풀 수 있을 것입니다.
"복숭아가 100개가 있습니다. 이 복숭아를 큰 절에서 사는 큰 스님들과, 동자승들이 나눠먹으려고 합니다. 큰 스님들은 복숭아를 3개씩 드십니다. 동자승들은 3명이서 복숭아를 1개를 먹습니다. 이때 이 절에서 총 인원은 100명이라고 합니다. 과연 큰 스님과 동자승은 몇 명씩 계실까요?"
한국식 수학 교육에 잘 단련된 학생은(절대로 비꼬는거 아닙니다) 이 문제를 보는 순간 바로 연립 일차 방정식을 떠오를 것입니다. 미지수가 2가지가 존재합니다. 큰 스님의 명수와, 동자승들의 명수. 이들을 각각 다른 변수로 표현해서 둘의 합은 100이고, 각각 먹는 복숭아 개수가 100이라고 한다면~~(큰 스님을 A, 동자승을 B라고 해보겠습니다)
A + B = 100
3A + (1/3)B = 100
이라는 중학교 수준의 연립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우선 저 문장을 가지고 이렇게 수학 식을 세운다는 것 자체는 훌륭한 자질입니다. 실제로 과거 수능의 21번 문제나 29, 30번 문제들은 문장으로 표현한 것을 학생 스스로 수학적인 표현을 세우도록 강조합니다. 함수를 그리거나, 미지수를 두거나, 임의의 함수를 두거나.... 특히 전 새로운 임의의 함수를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훈련하고 자주 하게 되니까 되긴 되더라고요.
딴 길로 잠시 샜습니다. 저렇게 연립 일차 방정식의 근본적인 풀이는 '미지수를 줄여서 또 다른 미지수의 값을 알아낸다'입니다. 그래서 윗 식에 3배를 곱하고 아래의 식을 빼서 연산을 하다보면, 큰 스님은 25명이고 동자승은 75명이라는 답이 나옵니다.
일차 연립 방정식을 푸는 방법 자체는 중학교 수학 2학년 수준에서 다룰 만큼 다소 간단한 편입니다. 그러나 앞서 제가 예시로 든 문제처럼 문장형으로 설명된 것을 보고,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꽤나 중요한 수학적 소양입니다. 마치 영어를 한글로 번역하는 것처럼, 국어로 표현된 문제 상황을 수학적인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죠.
제가 초등학교 5~6학년 때 올림피아드 관련 수학 문제집에서 '우기기'라는 것을 처음으로 배웠습니다. 정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설명도 굉장히 쉬웠습니다.
아까 복숭아 문제를 다시 가져와보겠습니다. 우리는 일단 연립 방정식의 해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한번 이 문제를 접근한다고 상상해보십시오. 동자승과 큰 스님의 명 수를 막 찍어서 풀까요? 아닙니다. 일단 한번 '우겨'볼 것입니다. 100명이 전~부 큰 스님이라고요.
그럼 일단 조건 하나는 만족합니다. 스님이 100명인 것을요. 그러나 복숭아 개수는 100개보다 훨씬 초과된 300개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답이 아니죠?
그럼 이제 타협을 보는 것입니다. 큰 스님을 1명씩 줄여보는 것이죠. 그럼 동자승은 1명이 추가됩니다. 그런데 복숭아가 막 1/3개씩 남는다거나 그런 말도 없었고, 큰 스님 99명과 동자승 1명은 복숭아 100개로는 택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 스님을 2명 줄여보는 것입니다.
큰 스님은 97명이고, 동자승은 3명입니다. 그럼 이때 필요한 복숭아 개수는 97 x 3 + 3 x 1/3 = 292개가 됩니다. 아까 300개 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100개를 아득히 초과하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까지만 해보아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큰 스님이 줄어들고 동자승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복숭아의 개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니, 큰 스님이 계속 줄다보면 어느 순간은 복숭아가 딱 100개가 필요한 시점에 오겠구나!
한번 생각해봅시다. 이 세상에서 인류가 발생하던 순간부터 이 세상에 연립 일차 방정식의 풀이와 해법이 개발되어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아마 처음으로 이러한 문제를 겪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일일이 숫자를 넣어보고, 어떤 흐름이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유추해 내었을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다양한 수학적 툴, 풀이법들은 결국 이런 유추와 관찰을 통해서 얻어졌다는 것입니다. 만약 한국의 학생들이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재미있고 쉽게 수학을 배웠다면 수포자도 훨씬 적었을 것이고,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수학적 상상력도 풍부했으리라 예상합니다.
허준이 교수는 실제로 꿈이 시인이었기에 고등학교 중퇴를 했었다고 합니다. 저 또한 문학 동아리에서 시를 써본 적이 있기에, 시인에게 얼마나 큰 상상력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한창 방황을 하고 수학을 지지리도 못한 시절에... 창작했던 시 입니다.
저는 역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 이유에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과거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들의 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데 우리가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 체제는, 한순간에 뽕! 하고 튀어나온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신이 왕을 정해준다는 신성한 가르침이 사람들을 지배했었고, 유럽에서 신구교 갈등으로 30년 전쟁을 통해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또 동양에서는 춘추전국시대때 수 많은 사상가들이 나와서 세계 질서에 대한 철학을 내놓았었습니다.
우리가 '국가'라는 체제를 단순히 신이 정해준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자신의 안전과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 권리와 계약을 맺고 지도자에게 그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사상가들에 의해 발명되고 다듬어지면서 나온 결과입니다. 저도 최근에 특히 민주주의의 발전 역사가 궁금해서 존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읽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장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수학적 툴 또한, 제가 정확히 수학사를 공부해보지는 않아서 모르겠지만 다양한 실험과 유추, 증명을 통해 정리된 것들입니다. 지구는 평평하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둥글었습니다. 이미 콜롬버스 이전에도 뱃사람들은 경험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단지 콜롬버스가 실제로 행동을 통해 증명한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역사를 배우는 가장 큰 효용은, 과거의 여러 정치, 문화, 학문, 사상가들이 '생각하던 과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상상력과 사고력, 창의력을 보고 나서야 저도 큰 영감을 얻고 이런 글을 쓰곤 합니다.
또 천재들에 대해서 첨언을 하자면, 그 사람들이라고 무슨 신이 계시를 내려주듯이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앞서 복숭아 문제에서 제가 유추하는 것을 보여준 것 같은 생각의 흐름이 굉장히 빠를 뿐입니다. 천재들은 이러한 사고 과정이 고도로 압축되어 굉장히 빠르게 지나가기에 우리가 놀랄 속도로 답을 찾아내는 것이죠. 그러니까 단순히 천재들이 빠르다고해서, 그 사람들이 무슨 예지력을 받아서 번개처럼 결과로 직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도 우리처럼 생각의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재수학원에서 몇 학생들을 보면, 무조건 빨리 푸는 것이 답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러나 거꾸로 되었죠. 빨리 풀고 정확히 푸는 천재들의 비법은 빨리 푸는 것이 아닙니다. 빠른 것은 표면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지, 그 '현상'을 따라한다고 해서 우리도 정확하게 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정확하고 간결한' 풀이를 계속해서 단련하다보면, 점점 더 빨라지고 나중에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답을 냈지??"라는 반응이 오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느끼는 한국의 교육은 '주객전도'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빨리, 많이 맞히는 것이 답이고 그것 때문에 어떤 풀이 방법이나 툴을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계속 단련만 해야하는... 사실 그 툴과 풀이법도 여러 사람의 긴 고민과 상상력, 유추 덕분에 생겨난 것이고, 그 과정을 알면 더 이해도 쉽고 재미도 있습니다.
저는 사고력이란 결국 생각하는 힘! 논리적이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객관적인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적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느리죠.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뛰어다니는 아기를 본 적이 있나요? 저도 한때는 글을 굉장히 못 썻습니다(지금도 종종 못 쓰기도 하고)
결국 저는 오늘도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글도 쓰고, 고전도 읽고, 책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생각의 과정을 찾아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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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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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교수의 인터뷰입니다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06.gif)
글 잘 보고 있습니다![](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06.gif)
결국 저는 오늘도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글도 쓰고, 고전도 읽고, 책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생각의 과정을 찾아다닙니다이 말 멋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