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를 잘하고 싶습니다(질문-답)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13737303
질문)
문과이고요, 수능국어 수준은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수능국어에 대한 비문학, 문학, 문법 등의 지식은 전무합니다. 평소 수학이나 영어, 탐구는 공부를 했었지만 국어는 공부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국어만큼은 백지장 같은 학생입니다. 누적독서량
또한 많이 부족하고요. 어릴때는 거의 동화, 소설 몇 십권이 전부였고요, 중고등학교 들어와서는 철학서적과 과학서적 몇권이 전부입니다. (참고적으로 저는 독해할 때 웬만하면 필기나 밑줄을 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문제는
1. 이해를 못하는 문장이나 문단 또 지문들은 당연히 이해가 안되니 머리에 남는 것이 없겠지만, 이해가 됬다고 느끼면서도 기억에 잘 남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풀때 살짝 다시 보면 '아 맞다'라고 생각이 나거나, 글을 읽으며 다시 읽었던 부분으로 잠시 눈을 돌리면 생각이 나는 것 같습니다.
보통 글을 읽을 때 지문을 그대로 복사하듯이 기억하기 보다는 우리가 읽으며 떠올린 생각들을 기억하는 것 같은데, 글을 읽으며 생각을 안해서 일까요? 과연 글을 읽으며 생각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도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2. 이해가 안되는 문장이나 문단 또 글은 어떻게 처리를 해야 좋을지... 원인은 단어를 몰라서거나 흔히 말하는 독해력이 부족해서, 또는 글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 문장구조를 잘 이해못해서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 결국 이 질문은 독해력을 어떻게 상승시킬 것인가로 귀결될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독해를 잘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요즘 글을 많이 읽는데, 솔직히 많이 읽는다고 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읽기는 글을 읽거나 독서를 하면서 매순간 읽는 내용들을 기억하며 그 내용들을 연결시킴으로서 깊은 이해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해나가는 것이 이상적인것 같습니다.
물론 기억력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해를 하고 봐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독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됩니다..
답)
독해력은 여러 능력이 결합되어 상호작용하는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종합선물세트에는 바나나킥 같은 스낵류, 웨하스같은 고급 과자류, 몽쉘통통 같은 헤비급, 사탕류 등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만약 새콤달콤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종합선물세트를 받고 '왜 새콤달콤은 없어?!'라면서 '나는 이 종합선물세트가 싫어!'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종합선물세트다 보니, 몽쉘대신 초코파이가 있었으면...& 바나나킥 대신 허니버터칩이었으면... & 청포도알이 뭐냐(아재용이냐) 추파춥스정도는 되야지 &...이런 식으로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떻습니까? 위 글은 편하게 읽었습니까? 쉬우니까 그렇지요. 그리고 읽음으로써 마음에 구성해야 할 상이 현실의 경험과 가까워서 쉽게 마음속에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유를 사용하는 겁니다.
이해라는 건 글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마음속에 그리는 겁니다.
글은
단어를 보고 단어의 의미를 떠올려라
단어의 의미들 중에서 적절한 것을 골라라
고른 의미의 뉘앙스를 문맥에 맞게 다듬어서 써라
다른 단어들과 어울림을 생각해라
문장이 담은 생각을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가
다른 문장의 생각과 비교해서 이해해라
떠오른 생각들과 관련된 지식을 찾아라
지식을 생각하면서 글에 담긴 생각과 비교하라
지식에 입각해서 글이 말하는 바를 이해해라
이런 지식를 내립니다.
그런데 지시가 하나뿐만이 아닌게 문제입니다.
패스트푸드 가게처럼 주문이 계속 들어옵니다.
패티 만드는 사람, 빵 굽는 사람처럼 각자의 역할을 하면
그걸 모으는 작업을 하기도 하고
한 사람이 감자튀기고 나서 음료수 준비하기도 합니다.
이해라는 걸 맛으로 비유를 해봅시다.
일단 재료가 있어야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패티가 없으면 햄버거에 패티맛이 안나겠지요.
단어를 알아야 합니다. 단어라는 재료가 있다 해도
음식을 하기 위해 갓 조리한 재료가 때에 맞게 나와야 합니다.
비록 패스트푸드더라도 각 재료와 완성된 햄버거 모두 갓 만든 것이 맛있습니다.
단어를 보는 순간 단어의 의미가 충분히 연상되어야 합니다.
위에서 '글은 단어의 의미 떠올리고, 의미 선택하고, 뉘앙스 살리고...'를 하도록 지시한다고 했는데
이런 지시를 신속하게 해야 합니다.
다른 주문이 들어오기 전까지. 즉 다음 단어를 보기 전까지.
그런데 재료가 없으면 동작이 빨라도 소용이 없습니다. 즉 단어를 모르면 땡입니다.
단어를 알더라도 가볍게 알면, 패티를 구워 내놓았는데 덜익힌 것과 같습니다.
단어의 의미를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요즘 트럼프한테 먹인 독도새우가 난리입니다.
한미 정상 '만찬'에서 나온 요리입니다.
만찬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1. 저녁 식사로 먹기 위하여 차린 음식.
2. 손님을 초대하여 함께 먹는 저녁 식사.
이정도면 만찬이라는 단어를 잘 아는 것입니까?
저녁식사용 음식이면 저녁으로 라면 먹는 것이 만찬입니까?
자취방에 친한 친구 와서 같이 짜파구리 먹으면 만찬입니까?
'저녁'은 좀 살아있는 느낌을 얻는 평화로운 시간,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 하루일과에서 탈출한 느낌, 제대로 먹는 밥 등등이 혼합된 시간입니다. 더구나 손님을 '초대'하여 굳이 나하고 먹자 했으면 좋은 음식 먹여야지요.
그래서 만찬은 '좋은 음식', '뜻깊은 식사'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독도새우 먹였다고 난리가 난 것입니다.
단어를 보는 시간, 시선이 문장 한 곳에 머무는 시간이 210~240ms 정도(0.21초)밖에 되지 않는데, 징검다리 뛰듯이 문장에 시선이 몇 번 머무는 동안 단어의 의미를 연상하고, 선택하고, 다음번엔 시선을 어디로 옮겨야지 하고 계산하고, 문장 의미 종합하고 등등 하는 작업을 마쳐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맛있는 음식처럼 제대로 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점검해 보세요.
단어를 충분히 알고 계신가요? - 만찬이라는 단어만큼
단어를 신속히 볼 수 있나요? - 만찬을 보고 의미를 바로 떠올릴 수 있도록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본인의 기호에 따라 철학/과학서적을 읽으셨다고 하셨으니
골똘히 생각하는 습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능국어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이해를 지향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시험이니까요.
많이 읽으면 됩니다.
많이 뛰면 축구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선수중에 안뛰는 사람 없습니다.
읽으십시오. 더 잘 읽으려고 노력해야지 안뛰고서 축구선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독해의 원리나 학습법을 논하기 전에
'만찬'의 예에서 보듯 그 단어의 의미를 폭넓게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수능에 나오는 - 교과서에 나오는 그런 단어의 의미를요.
단어는 명사가 대다수지만 동사, 형용사도 중요합니다.
--------------------------------
종합선물세트를 받고 마음에 안들어하시는 분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
초콜릿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사탕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독해력 하위의 인지 능력에도 문제가 있다면
읽고 단어를 공부하는 노력이 효과를 잘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초콜릿 내밀며 이거 싫어? 하고 하나하나 물어보는 방법과
초콜릿, 사탕, 과자, 큰 덩어리 등등 하나씩 물어보면서 전반적인 토라짐을 따져 보는 겁니다.
즉, 독해의 하위 능력을 하나 하나 점검(검사)하는 방법과
하위능력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을 모두 사용하는 것입니다.
간혹 혼자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렸습니다.
읽기능력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논술로 엄대엄 붙으니 걍 깨달아버림
-
하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긍정적으로 살기 힘든 것 같아
-
가천의 7번 1
a값 별 듣도보도못한 숫자나오길래 닷지쳤는데 수능수학으론 도저히 대비가안되네 ㅋㅋㅋ
-
논술메타인가요 0
다들 합격기원
-
학원한번가고나니까 이것도재능의영역같음 범부는정시로가자
-
가천의 후기 4
일단 1번에 p,q 각각 108/11, 48/11 2번이였나 극한문제 그게...
-
고생했다 1
나자신 눈물겹다
-
정시로 메디컬 노리는데.. 수시도 쓰긴할거같아요… 근데 수시가 과탐 1과목은 꼭...
-
가천의논<< 4
리듬농구 최지욱 선생님이면 만점 가능할까 아마 분명 가능하실듯
-
악몽꿈 8
대충 머리가 두개 달렸고 하나는 맹꽁이, 하나는 금붕어인 핑크 괴물(몸은...
-
넌 어디까지 가길 원해~
-
집 보내줘 0
졸려요 엉엉
-
교수님들아 5
최소한 숫자정도는 좀 깔끔히 맞추는 성의를..
-
역시 폼 안 죽었구나
-
원서비는 냈으니까 문제지라도 보고 올까 말까 고민입니다 시간이 좀 아깝기도 하고..
-
예뻤어를 들을 때마다 떠오른다
-
다들 논술 얘기 열심히 하는중이라 뻘글 쓰기 무섭네 8
라면서 뻘글 쓰기
-
한 세문제 풀었나. 이제 의대 입시 쳐다도 안볼듯. 준비 안한 것도 있긴 했는데....
-
내 옆자리랑 뒷자리 빈칸 없었음
-
상방 의사보다 훨 높다 떼돈 벌자 가서
-
가천 괘씸한 점 2
모의논술은 4문제 줘놓고 실제론 두배(8문제) 이벤트 ㅋㅋㅋㅋㅋㅋ
-
13일 12시 땡 하면 발표하는 건 아닐거 같은데
-
국어 노베 2
예비 고3 고1,2 모의고사 쭉 4등급입니다…. 인강 강사 추천해주세요
-
왜 무리수랑 유리수 두개 합 나오지 뭔가 찝찝
-
안봐서 모름뇨이...
-
나만 그런가
-
의대 들어와도 의사 되려면 최소 6년 보통 11년 더 박아야 되고 그동안은...
-
중대 보시는분들 0
오늘 학교에 사람 많아요? 재학생 출입 가능한가
-
화장실 롯데타워뷰는 좋긴하더라 걍 전국서바 29번 30번 모음인데
-
가천대 의논 2
중앙의 다 풀었는데 여긴 그냥 웃음만 나오는 난이도네 ㅋㅋㅋㅋ 5.5~6문제 정확히...
-
이런 ㅅ발ㅋㅋ 1
가천의 논술붙기 vs 가천의 정시로뚫기 난 전자가 더 어렵다고본다 물론 둘다 실패함 ㅅㅂㅋㅋㅋ
-
급함 ㅜㅠㅠ하 어떡하지 유효기간은 지남 ㅠㅠ 졸업해서
-
인생 어카냐 ㅋㅋ
-
애니 질문 2
님들 에반게리온 재밌음? 맨날 쇼츠에 레이 코스프레 뜨는데 진짜 캐릭터 너무...
-
어이가 없네 ㅋㅋ
-
성의는 다풀었는데 얘는 8문제중에 5개 풀었음
-
가천의 논술 1
이건 타임어택의 영역을 넘어선 거 아니냐 걍 어이가없어서 웃기누ㅋㅋ
-
꿰뚫어라 3
푸슛
-
ㅈㄴ 빡센데?
-
충남대 농생명융합학과랑 전북대 자연과학계열 둘 다 붙게 되면 어디를 가는게 더...
-
상향붙어도 갈생각없긴한데 원서영역공부라 생각하고 1,2개만 넣어볼까요
-
허수 탈출 시작
-
1년이 지나고 결과가 나오고나니 그렇게 우려했던 "한번더"가 여지없네요.....
-
그렇다고 국가기관에서 사탐이 과탐보다 수준이 낮은 과목이다 라고 대놓고 공식적으로...
-
비트코인... 6
근데 이제 비트코인으로 인생역전할 시대가 저물고 있는거같음... 그렇다고 알트...? 흠...
-
대학 라인 한 번만 봐주실 수 있나요ㅜㅜ 영어를 너무 망쳤는데 클까요… 생윤...
-
성대 인문과학계열입니다..
-
애기들만 있네
-
서리 4
약 1시간 전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지난 글을 보시려면 검색하세요.
더 오래된 글은 '안어린왕자'로 검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