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 대나무숲] 어린 시절 바둑 영재였던 썰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8138286
![](https://s3.orbi.kr/data/file/united/3698603829_6dPpSEix_NISI20160313_0011459190_web_99_20160313211403.jpg)
일단 반말체로 쓸게요.
지금으로 치면 유치원 CA로 바둑과 컴퓨터를 했던 나는 바둑시간이 제일 재밌었다.
CA와는 다르게 정규수업인 바둑시간이 되면, 4층이던 유치원에서 3층으로 쫄래쫄래 원장선생님과 함께 내려갔다.
나이 지긋하신 서울대졸이자 전문대 유교과 졸업하신, 뜻이 있어 유치원을 개원한 원장님은 매번 우리반 바둑시간이 되면 같이 내려오셨다.
처음 몇번은 같이 내려오지 않으셨다.
5번 째 쯤이였나, 그 때 바둑학원 프로 7단 원장님이 정규수업 때의 내가 계속 이기는 것을 보고 원장님께 귀띔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프로 4단이던 유치원 원장님은 바둑 정규수업 때마다 나와 대국하셨다.
그 때의 나는 바둑의 규정 따윈 몰랐다.
그저 흰 돌이 좋아서 흰 돌을 썼고, 한국식 중국식 룰도 모르고 친구끼리 할 땐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했다.
벽을 만들어 상대의 돌이 갇히게 하면 그 돌은 밖으로 쫓겨나고, 그 돌의 갯수로 승부를 가른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그런 룰만 숙지하고 겨루는 대국에서 내 또래 애들은 모두 나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프로 4단이던 유치원 원장님은 다르셨다.
내가 지금도 잘 모르는 불문율을 깨도 원장님은 그려려니 하며 계속 독려하시고 대국을 이으셨다.
연속된 패배, 계속된 좌절에도 난 유치원생 특유의 기억상실로 다음날이면 다시 대국했다.
CA시간에는 초중학생 정도의 본격적으로 바둑을 준비하는 형누나들과 붙었다.
그러다 원장님과의 대국이 20번 째가 되자, 처음으로 원장님을 이겼다.
같이 계시던 유치원 선생님께선 그걸 보시고 원장님을 놀리셨다.
"유치원생한테 지다니 원장님도 실력이 녹스셨나봐요."
난 그 어린 나이에도 원장님의 수를 읽었다.
나였다면 그렇게 두었을 것이다.
나였으면 그렇게 두고, 대책없이 당했을 것이다.
나, 프로도 아마도 아닌 유치원생인 나같은 수였다.
그 후 불계승을 부른 그 수가 바둑학원 원장님의 눈에 띄었고,
나는 그 수보다는 프로였던 유치원 원장님을 이겼다는 이유로 바둑학원 원장님의 손에 이끌려 어떤 기원에 다니게 되었다.
그 기원에서는 내가 두는 수마다 훈수가 이어졌고,
온갖 책들(수능으로 치면 동아전과 수준)을 섭렵하길 강요당하고, 한 수를 둘 때마다 무슨 책의 몇 페이지를 봐라 라는 구체적인 타박도 당했다.
나는 결국 프로를 준비하던 아마추어 선배를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3년 만에 경기 도중 돌을 진짜 던지고 기원을 나갔다.
그 불계는 경기를 잇지 않음과 동시에, 더이상 훈수에 응하지 않겠다는 나의 한 수였다.
부모님이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어가니 영어학원을 다니라 한 영향도 있지만,
온전한 나의 돌을 두지 못하는 것에 큰 환멸감이 있었다.
10년이 훨씬 지났던 스무살의 어느 날, 유치원 원장님과 밥을 먹게 되었다.
그분은 모든 일 선에서 물러나 양주의 펜션에서 여사님과 지내시고 계셨다.
그 때의 수를 물었더니,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 수는 아직도 기억나신다고 했다.
"아무 것도 강요받지 않은 순수한 수들을 보고 싶어서 너와 대국했다.
바둑 교육이나 책, 훈수도 없는 그런 순수한 돌의 위치를 말야.
결국엔 정말 좋았지.
열정이 느껴지는 수들이였어.
나같은 노련한 노땅들은 두지 않는 돌이였다.
넌 정말 신기한 아이였지.
작은 패는 그렇게 슬프다고 몸부림치던 넌 대국의 승리에 더 목말라했던 것 같았다.
그런 사람과 매일 대국을 했더니...
참.. 나도 웃겼던게 너와 같이 생각을 해버렸지.
지금 생각하면 그거도 좋은 추억의 한 수였어.
그 수 하나로 넌 날 기억했고,
처음으로 내 펜션에 온 제자가 되었지.
난 바둑에게 참 고맙단다.
전쟁을 오마주한 게임에 불과하지만,
너같은 학생이 날 기억하고 찾아오게 해주었잖니.
바둑은 내 추억의 상자이면서,
내 인생도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지."
즐거웠습니다.
지금은 멀리 떠나신
원장님....
다시 찾아 뵐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기부니가 안조음 1
-
물1 vs 화2 0
반수생 작수 국수영물1지1 22223 약대 목표고 지1은 그대로 갈건데 물1을...
-
안 될리가 캬캬
-
생명과학1과 지구과학1 선택자입니다. 응시순서=과목순서와 동일하다고 모평이나 수능...
-
인서울 공대/자연계 희망합니다!
-
얼굴 가지고도 욕하던데 걔네 프사에 달려있는 아이돌 보면 걍 좀 웃김
-
[속보]교육부, 내달부터 3년간 의대교수 1천명 증원…기초의학 등 인재풀 확보 3
속보=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5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
원래 뒤에가 벼랑 수준까진 아니였는데 내가 실수로 벼랑으로 만들어버림 하.......
-
초등학교 앞에서 음란행위 20대男..잡고 보니 '서울시 공무원' 1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
-
문제 거의다 푼거같은데 마지막에 살짝 삐끗하고 계산안되면 일단 좀 넘기거나...
-
[속보] 시청역 사고 2일만에 또…국립중앙의료원 앞 차량 돌진사고 1
서울시 중구 소재의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차량 돌진 사고가 발생해 2명이 부상을 입었다.
-
작년보다 빌런도 많이 줄어서 쾌적해지고 음 또 다닌다고 할인까지 크흠 더프 보는...
-
메이져의 합격자도 국어 만점이 아니고 의,치대 문닫고 들어가는 사람들 언매 점수가...
-
안녕하새요 10
구루트
-
ㅇㅇ. 대성패스 있으면 굳이 다른패스 사지않고 응식이 들을듯.
-
냥대 가산없으면 2
걍 국어영어 조졌을때 역교차 해버릴까 ㅅㅂ
-
먼가 요즘 실모가 좀 잘 나옴 실수많이해도 옛날상방=요즘 하방인데 이게 걍 실모...
-
f'(1)=-9 따위 조건을 쓰지 않는 고능아 풀이. 감사합니다.
-
들을만해?
-
뭔가를 셀 때 쓰는 기호인데 바를 정 자가 근데 진짜 편한 거 같음
-
뭘 먹어도 힘이 안 나네..
-
뭔가 갑자기 다 모르겠어 공부를 했던건데 왜 못하지? 너무 대충하고 넘어가서 아는게...
-
대화를 못하지 내가 서비스를 구매할때는 말 잘하는데 (ex 학원쌤한테 질문, 편의점...
-
생윤 사문 개념떼고있는데개념 1바퀴 빠르게 일단 다돌리고 2회독vs단원 끝날때마다...
-
개념으로 아리까리하다가 문풀때 확 느낌이 들던데 수학이나 탐구같은거 경험상 개념만무한반복은 독인듯요
-
ㅊㅊ좀
-
걍 지문 뒤져가며 푸는데 이비에스 다 이해+암기 하고 가는방법밖엔 없겠죠?
-
내 이상형 8
25수능 표점합 400 이상
-
ㅇㅇ? 살만함?
-
원래 학교에서 보내주시다 이번엔 현장배부만 하신데서 팩스로 평가원에 신청해야 할 거...
-
고등수학 ㅈ반고 문제입니다 누가 오류라던데 어디가 잘못됐는지 모르겠어요
-
현역때 시발점 3회독 했고 지금 아이디어 하고 있는데 확실히 얻어가는게 있긴 한데...
-
수강율이 1%넘는데 수강율1%미만으로 계속 거절당하는데 어떻게해야되나요?
-
9번문제 좀 많이 치사하지 않나 평가원이 이렇게 치사한 집단이 아니였는데 모두...
-
유산을 물려받음 4
기분이 묘하네
-
내용 좋아서 북마크해도 며칠 지나면 삭제돼
-
고1때 만든 통합과학으로도 풀리는 문제 생2로도 풀 수 있음 꽤 신유형이긴함...
-
진짜 입시커뮤네 2
과거의 오루비구나
-
국어 6모 언매 86점 표점?? 백분위??
-
집중 잘되나요...? 관독에 코 훌쩍이는애땜에 걍 집앞독서실에서 독재할까생각중인데ㅜㅜ
-
배고프지도 않고 입맛도 없고 잠도 안오고 눈물만 남.. 수능은 어떡하지
-
양승진 4코 0
시즌1 풀었는데 보니깐 시즌2랑 3랑 비슷한거 같은데 바로 시즌3 풀어도 괜찮을까요?
-
이거 마지막에 ㅣg(x)ㅣ그래프 그리면 접점이 m=0, m양수, 음수일때 해서...
-
단식 들어간 서울아산병원 교수 "환자·전공의들에게 미안해서" 1
"건강 괜찮아…힘든 상황에 동참하는 것 같아 마음은 편해"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
서울대 경영 수시 일반으로 붙으신 선배님들 ㅠㅠ 질문하고 싶은 게 많아서 구합니다ㅠ...
-
"웹소설 원작 말고, 옛 소설을 원작으로" "솔직히... 한 번쯤은 상상해 봤잖아"...
-
뭔가 익숙하다 했더니 작년에 이미 풀어본거였네 ㅋㅋㅋ 어쩐지 문제가 지문이...
-
국어실력올리려면 1
낯선지문을 봐도 이해할수 있다는 그 자신감이 중요함?? 마치 수학에서 어려운문제를...
-
3월 4일 시작... 진짜 거의 3개월 공부하고 6모 쳤네용 수학은 맞힐 수 있는...
오오
필력...
설대숲글 아닌가요?
설대숲에 없어요.
자작이신듯
근데 작성자분 등급 보니까 산화되셨....?
아닌데 제가 어디서 본거같아서 물어봤더니 설대숲출처래여
제가 쓴거라 잘 알아요.
이런 글이 있는지도 몰랐네요.
전 대략 8~9년 전 이세돌 사범님과 함께 묶였던 친선 대회기록이나
각종 대회 수상 등의 기록이 아직도 남아있고 (네이버 검색에도 아직 나옵니다)
바둑으로 체육특기생에 지정되어 기숙사 생활을 하며 당시 바둑 특기생들로 유명했던 안산슬기초등학교를 체육특기생으로 다녔으며
온라인에서는 타이젬 9단 아이디 세 개로 한,중,일, 대만의
거의 모든 프로기사들과 대국했었던 08년 한국기원 연구생 9조, 09년 6조 출신이며
안산 김기헌 사범님 문하에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당시 기숙사 생활을 함께 했던 분들 중 수 명은 현역 프로기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유명한 한 명은 입단과 거의 동시에 박카스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하여 -우승 고근태 사범-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당시 굉장히 빠른 속도로 한국 랭킹 2~30위권에 랭크된 박정근 사범입니다.
이 글이 대학 대나무숲에 올라왔는지 아닌지는 제가 알지 못하나 위 글은 100% 주작입니다. 정말로 목숨을 걸고 입단의 문턱을 밟아본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는 말조차 채 되지 않는 삼류 소설입니다.
장담컨대, 조금의 과장도 보태지 않고 여섯살짜리 아이가 메시와 족구 대결을 해서 무실점으로 이기는게 본문의 내용보다 훨씬 더 개연성이 있을 뿐더러 차라리 현실적이기까지 합니다. 바둑에 대해서 모르는, 혹은 어린 시절 동네 조그마한 바둑학원 몇 번 왔다갔다 해 본 정도의 사람이 그냥 장난삼아 마구 끼적인 글임이 확실합니다.
작성자가 바둑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증거로 입단을 준비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허황된 내용을 본문에서 수 개나 찾을 수 있습니다. 저런 사람도 있구나란 오해 절대 없으시길 바랍니다. 혹여 바둑에 대한 오해가 생길까 불안한 마음에 첨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