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x [557495] · MS 2015 · 쪽지

2016-02-04 16:07:28
조회수 11,760

문과생으로서 교대 한의대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7877211

좋은 선택입니다.

대학생활 내내의 학점과 스펙의 압박, 대학 졸업시기의 취업의 압박 없이 자연스레 하나의 번듯한 직업을 가지게 되는 학교들입니다. 
결코 낮은 점수대의 학생들이 가는 학교도 아닐 뿐더러 추후에 금전적으로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정도들입니다.

각종 글들을 눈팅하던 도중에 위와 같은 교대 한의대의 장점으로 인해 진로 고민을 하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 글은 어떤 교대에 가게되었다는 학생의 글을 읽고 쓰고 한번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글의 교대 학생은 교대에 가는 자신이 속물같다며 일종의 자책감을 느낀다고 표현하더군요.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진한 성취감이 아닌 한켠의 자책감을 안고 대학생활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교대 한의대와 일반 종합대학 사이에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교대 한의대 등의 대학은 진로가 어느정도 명확합니다. 애초에 이 직종을 꿈꾸셨던 분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대학교이죠. 
하지만 평소에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수능 후에 갑자기 금전적인 이유로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고 머릿속에 들어오신 분들에게 올리는 글입니다.

이 직종의 생활 및 금전적 안정이 전부 다 사실은 아닐지는 몰라도 어느정도 사실이라고 판단하셨기 때문에 고민하시는 것일 겁니다. 대학을 선택함에 있어 차후의 금전적 안정도 분명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자신합니다.
각자 어린 시절이 있었고 무언가 하고싶고 되고싶던 것이 있었을 겁니다. 명확하진 않아도 어렴풋이 나마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꿈꾸고 계셨겠지요. 각자의 씨앗을 심고 각자의 생각과 고민과 노력으로 씨앗을 발아시키고 생장하게 하셨을 겁니다. 이 모든 20세 이전의 "나의 색깔"을 단번에 금색으로 칠해버리시는 것은 저로썬 마음이 아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일반 종합대학에 가면 너무 힘들게 사는 것 아니냐.. 많은 분들이 그랬을 겁니다.
너무 힘들거라고 너 한의대 교대 안가면 너무 힘들게 살거라고.
물론 사실입니다. 비교적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삶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색깔을 추구하며 세상을 사는 것은 몸은 힘들어도 보람을 느끼고 그 어린 시절의 씨앗을 열매로 바꾸어가고 있다는 성취감도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배만 부르면 끝인 돼지가 아닙니다. 이성을 가진 인간은 자아실현이라는 고차원적인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축복받은 존재입니다.

또 많은 분들이 확률을 논합니다. 대기업에 취직할 확률.. 고시에 합격할 확률.. 
너무 낮겠죠. 사실입니다. 높을리가 만무합니다. 세상을 확률로만 볼 수 없습니다. 
확률로만 따지면 수억의 정자들을 재치고 태어난 것이 기적이며,
99% 의 수험생들을 제치고 수능 점수를 얻은 것도 기적이며, 모든 것이 기적입니다.
우리가 수능 점수를 얻은 것이 1%의 확률로 얻은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각자의 공부와 노력과 땀으로 얻은 것입니다. 
확률, 숫자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닌 나의 삶을 사시면 되는 것입니다.

* 이 글은 교대나 한의대에 확신을 가지신 분에게 올리는 글이 아닙니다. 격한 반응은 사절하겠습니다.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고민하시는 분들입니다. 저도 이번 수능으로 부모님께 한의대를 권유받았고 거절후 아버지와 사이가 많이 틀어졌습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검사가 되고싶었고 법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내내 나는 법조인이 될거라고 떠들고 다니며 더 높은 로스쿨에 가기위해 성균관에서 반수도 했었죠. 하지면 최근 아버지에게 들은 말이 있습니다. 
"네가 명확한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원망스럽다." 친구들은 말하곤 했습니다. 너는 명확한 꿈이 있어서 좋겠다. 난 없는데.. 하지만 이것이 정말 좋은 것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순간이였습니다.
 
모두가 금전적 삶만을 외칠 때 한번은 나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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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klipse. · 628679 · 16/02/04 16:09 · MS 2015
    추천 누르고 갑니다
  • 라쿠엔 · 625458 · 16/02/04 16:10 · MS 2015
    추천.
  • 발칙한너구리 · 380610 · 16/02/04 16:11 · MS 2011
    와....
  • 꿈꾸는식물 · 250957 · 16/02/04 16:11 · MS 2008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프레드릭 · 620224 · 16/02/04 16:11 · MS 2015
    아........... 원서쓰기전에 올려주시지ㅠㅠ
    지금와서 보니 마음이 뒤숭숭해지네여...ㅠㅠ
  • 오글오글 · 627645 · 16/02/04 16:12 · MS 2015
    엄지척
  • frmRikh7oaTvjS · 632354 · 16/02/04 16:16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오이아찌 · 489427 · 16/02/04 16:49 · MS 2014
    말을해도 참..ㅈ이뭐니
  • 아붕 · 411205 · 16/02/04 16:18 · MS 2012
    좋은글입니다. 꼭 훌륭한 검사 되시길
  • 대학가자! · 576248 · 16/02/04 16:19 · MS 2015
    99% 의 수험생들을 제치고 수능 점수를 얻은 것도 기적이며, 모든 것이 기적입니다.
    우리가 수능 점수를 얻은 것이 1%의 확률로 얻은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각자의 공부와 노력과 땀으로 얻은 것입니다.
    확률, 숫자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닌 나의 삶을 사시면 되는 것입니다.


    와..이구절 와닿습니다.
  • hm8ERnMcCUGylb · 617431 · 16/02/04 16:21 · MS 2015
    비유들이..
  • 움직여 · 589589 · 16/02/04 16:31 · MS 2017
    키-야
  • 눈보라포 · 635262 · 16/02/04 16:36 · MS 2015
    또 많은 분들이 확률을 논합니다. 대기업에 취직할 확률.. 고시에 합격할 확률..

    너무 낮겠죠. 사실입니다. 높을리가 만무합니다. 세상을 확률로만 볼 수 없습니다.

    확률로만 따지면 수억의 정자들을 재치고 태어난 것이 기적이며,

    99% 의 수험생들을 제치고 수능 점수를 얻은 것도 기적이며, 모든 것이 기적입니다.

    우리가 수능 점수를 얻은 것이 1%의 확률로 얻은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각자의 공부와 노력과 땀으로 얻은 것입니다.

    확률, 숫자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닌 나의 삶을 사시면 되는 것입니다.

    -- 추천합니다

    첨언하자면 흔히들 '의치한교 진학한사람들은 꿈을포기하고 돈과 안정성만 쫒아간사람들이다' 라고 많이 오해하시는데 이건또 아니라고봐요. 각자 성취감은 다른법이니까요

    각자의 적성대로 선택하는겁니다.
  • airti · 456755 · 16/02/04 16:39 · MS 2013
    돈은 갈망하면 도망가는 법이죠...
  • 연경16 · 496052 · 16/02/04 17:07 · MS 2014
    정말 항상 느끼는 거지만 꿈의 성공여부에 대해서만큼은 대수적 연산 그 이상으로 뜨거운 가슴, 자신을 믿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 됨무조건됨 · 588432 · 16/02/04 17:51 · MS 2015
    진짜 감사합니다
  • shee.choi.9 · 566109 · 16/02/04 17:55 · MS 2015
    감사합니다
  • 금사월 · 576288 · 16/02/04 20:01 · MS 2015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채수빈 남자친구 · 568206 · 16/02/04 21:02 · MS 2015
    생각하게 해주는글... 좋네여
  • 누워있는 야채 · 536659 · 16/02/05 01:00 · MS 2014

    이제 고3 되는데 딱 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의대 가겠다는 생각요.
    님처럼 원하는 직업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원하는 학과만 있을 뿐 원하는 직업이 없어요.

    그렇다고 저에게 닥치는 모든 고난과 시련을 견뎌낼만큼 강인한 성격이냐 하면..
    솔직히 예민하고 자존심 세고 조직문화같은 걸 딱 싫어해요.
    집안이 빵빵한 것도 아니고

    원래 모든 결정이 세계를 바꾸느냐 나를 바꾸느냐의 싸움이고, 1년 전까지만 해도 철저히 전자였습니다만
    지금은 저를 바꾸지 않았다가는 도태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