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상담 좀 해주실 분 (장문)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71597051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했습니다. 남들보다 적게 노력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고, 그래서인지 무언가를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미래의 꿈이나 직업에 대한 고민도 없었고, 단지 남들이 좋다고 말하거나 성적 높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이 곧 제 진로가 되었습니다.
일반고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에 진학했습니다. 여기서 처음으로 공부에 대한 간절함을 느꼈습니다. 기초과목에서는 과고/영재고 출신 친구들이 이미 고등학교 때 학습했던 내용을 접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일반고 출신인 저는 평균 언저리의 성적을 받으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공부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단순히 다른 사람들을 이기기 위한 경쟁이었습니다.
결국 1학년 1학기를 제외하고는 4점대 성적을 기록했고, 2학년 때는 과탑에 가까운 성적을 받았습니다. 동기들 사이에서는 ‘천재’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막상 제 자신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습니다. 각자의 꿈을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친구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부러웠습니다. 학교를 쭉 다니면 카이스트의 특성상 학사졸 비율이 낮아 대학원에 가 석/박을 하게 되겠고, 전공에 아무 관심도 없는 내가 박사를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싶어 그냥 라이센스 달고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해보자 하여 군대에 입대하여 수능을 준비했습니다.
사실 의치한약수 중 개인적인 선호도는 수>치>의>한>약 이였지만, 성적에 맞춰 지원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아 결국 의대를 선택했습니다. 근 한 달 동안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의사에 큰 뜻이 없는 내가 입학부터 전공의 과정까지 10년 넘는 시간을 매일 공부하며, 전공의 시절 주 100시간 이상의 노동을 견디는 삶을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세상의 시선에 대한 회의감도 듭니다. 의사를 끌어내리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 의료 대란의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의사를 악마화하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그런 행위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이용되는 정치 현실. 이러한 환경에서 내가 진정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수의대를 다시 고려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혹시 또 다른 선택을 했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도 드는데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맞을까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ㅇㅈ 10
행복한 퇴근길
-
사람인가 ㅅㅂ
-
난 내 대학에 어느정도 만족하는데 자꾸 반수해봐라고 하셔서 나 그동안 공부한다고...
-
나 연대가면 개꿀인게 10
버스 한번 타면 끝인데 ㅋㅋㅋ
-
니엄마 2
미인
-
정말 없어지라고는 안했어.
-
생2러분들 4
5단원 암기 유기하다가 오늘 드뎌 다외웠는데 암기만해도 너무힘든데 이거 양 많은거맞죠?
-
들여봐선 안될 심연들 들여다봄..
-
가봄 6
졸림
-
지금이라도 정리하는게 낫나
-
이왕 이렇게 된거 15
연대 가면 되는거 아니겠어 후후 이번에는 꼭 쟁취하고 말겠어
-
클럽 다녀올게요 4
ㅎㅎ
-
22년 하락장이 생각나는군 저점매수인가 탈출해야할 때인가 … 난 줍줍을 선택하겠어..
-
그런점에선 난 우리 부모님 좋아
-
걍너무 인생이재미업다
-
이거 진짜에요...?
-
하이샵미소녀 7
비번 머에요?
-
걍 나중에 합법적이게 돈 많이 벌고싶다
-
이거 보다 자야지
-
체력관리나 2학기 휴학 전까지 공부시간 어떻게 가져가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
우리엄마 왈 3
니가 외대만 가도 내가 업고다닌다 (고3 공부 시작할때 햇던말)
-
국어 1등급 받고 강민철 조교만 하면 됨
-
사람 왜이리 많음 10
1시 반인데.
-
현역때는 인서울만했으면이었는데 재수때는 설공 정문폭파를 기대하심...
-
진짜 사탐런은 5
도대체 누가 생각해낸거지? 지금 물리 화학 어떤꼴 났는지 관심도없겠지 하아
-
누구는 연고대를 가도 행복하지못함
-
어릴 때 광어 필통이 너무 갖고 싶었음...
-
어케 고침 3.똥꼬 이지랄하는게 너무 재밌다..10년뒤에도 재밌을 것 같다
-
그냥 평범하고 그래도 꽤 담을 수 있는 걸루 추천해주세요!
-
미분,적분은 아예 활용할 일이 없나요 아니면 개념수준의 활용은 일어나는 편인가요?
-
진지충이면 여기서 살아남기 어려움?
-
베르테르 10번 푸리 19
또 과조건인데 이거는 봐주느라 그런듯
-
프사추천받아요 18
-
왜굳이 대학가려하냐 걍 취업이나하라는 말 듣고나서 너무 화가났는데 반박은 못했음 맞는말이라
-
인가경 공대가 서성한 문과보다 낫다고 봐도 무방한가요?
-
26수능 사문은 2
일단 25보단 더 고이겠죠? 과탐러들 많이 사문가던데
-
누가 수학 더 잘할까 궁금하다
-
지금 강기분 하고있는데, 나비효과나 매3비 이런거 사야되나요? 문학이나 비문학 책 추천좀요
-
제 위에 9명 등수인데 저 사이에 누군가가 더 끼어있을 확률이 있을까요 아니면 저...
-
좀 변태같나....? 정상인으로 보이길 원해
-
술먹고 오르비 5
평소보다 더 즐거운 곳으로 느껴짐. 생각보다 안자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은근히?? 반가움 ㅋㅋ
-
졸림
-
한의대를 그만두는 학생입니다. 누군가 과거의 저에게 이런 조언을 한의대 등록 전에...
-
잔다 8
다들 잘 자도록
-
재수생인데 이번에 재수하면서 과탐 개념을 다시 들으려고 합니다. 근데 저번에 쓴...
-
참나무를 말하는거죠 그리고 그안에는 참나물 너무도 잘어울려요
-
자랑을 많이 하는 것 같음 어머니 카톡 프사가 내 성적표임 막 그거 보고 동생 친구...
-
번개장터vs중고나라
-
ㅠㅠ 2
할머니가 공부 열심히 하고있냐고 물어보시는데 ㅋㅋ큐ㅠㅠㅠ 할머니 저 공부 진작에...
ㅠㅠㅠ 어렵다
진로를 찾아가려 하시는게 멋지긴 한데 후회안할자신있으시면 뭐...
저라면 일반의 면허증따고 다시 수의대 들어갈거 같은데요. 아무래도 면허증이란 보험성격으로 들고가는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인생사 새옹지마 입니다.
"공부"하는거를 좋아하시면 의대다니는거에 문제는없겠지만 무슨 과를 하고싶다 라는게 의대 다니는 중에 생기지않으면 똑같은 고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수술과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과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져서 힘들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람 몸에 침습적인 것을 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침습적인 것들을 못하겠다면 메디컬 계열은 피하시고 공대 다니는게 훨씬 낫습니다
집에 돈많으면 수의대 ㄱ
그외는 모르겠음
의대 상위 의대임? 그러면 의대 ㅊㅊ
설수의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