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능을 완전히 말아먹었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70694948
수능이 끝난지 이제 약 1달 정도가 지났네요.
오르비를 처음 알게된 시기도 제가 처음 재수를 시작할 당시인 2020년이니, 벌써 약 4년이 흘렀네요.
여러분은 여러분의 성적이 마음에 드시나요?
수능 성적표에 찍혀있는 그 숫자들을 보고 미소를 비롯한 긍정적인 무언가들이 여러분을 감싸고 계신가요?
삼수를 마치고 가야할 대학을 고르던 저의 2021년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저의 수험생활은 핑계의 연속이었습니다.
고작 1년이라는 수험생활에 뭐 그리도 핑계가 많았는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그것들은 제 수험생활에 방해가 되는 '이유'이기는 했습니다 분명히요.
하지만, 결국 그러한 이유들을 딛고 수험생활에 매진하지 못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그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원하는 성적을 당당히 받으신 수많은 '여러분'들과는 다르게
2022학년도 수능에서 현역 때보다도 낮은 성적을 받은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학창시절 저는 꽤나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교우관계도 나름 좋았습니다.
주변은 항상 친구들로 붐볐고 나름 '행복'이라는 단어를 조금은 편하게 남길 수 있는 상태였죠.
그것을 제 '복'이라고 말한다면 그런 '복'은 18살 이후로 사그라들게 된 것 같네요.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이 되지 않던 이유로
소위 말해, '전교 왕따' 수준의 집단적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기점으로 저는 기존에 앓던 '광장공포증을 동반한 공황장애'가 무척이나 심해지고
공부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제게 '성적'이란 자존심이었습니다.
그 시절 저를 정신적으로 지키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했죠.
저의 학창시절만 해도 정신과에 다니는 것은 꺼려지는 행동이었습니다.
스스로 광장공포증과 공황장애로 고통을 받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치료하는 행위를 위해 병원을 다닌 다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었죠.
병세는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집안 내에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시작되었던 재산관련 송사로 인한 소송으로 인해
어머니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셨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집안 사정으로 집에서 공부를 하는 제게 쏟아내셨죠.
또, 부부싸움은 극에 달해 종종 제 귀에 들려오는 이혼에 관한 이야기들 또한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족을 사랑하는 아들이었습니다.
수험생이던 저는 하루에 몇시간씩 어머니의 스트레스를 모조리 들어야만 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온전한 공감을 원하셨고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 말 한마디라도 실수를 하게 되는 순간은 곧,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설움 섞인 아픈 말들을 쏟아내셨고
자식으로서 그것은 아프고 저려왔지만
사랑하는 어머니의 고통을 이해했기에 홀로 온전히 감당해야 했습니다.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공부보다는 어머니의 건강이 소중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정신 상태론 공부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결론은 수능을 망치고 말았죠.
결국 수능 끝에서
저는 심한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을 비롯한 망가진 스스로만을 남겼습니다.
당시 저는 집안에선 숨을 쉬는게 힘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볼 적에 숨을 쉬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퍽 아픈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적을 많이 낮춰
집에서 멀리 떠나 지방의 학교에 다녔습니다.
학벌에 대한 미련 따위는 잠시 접어둔 채로
잠시 부모와 떨어져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했으니까요.
지방에서의 생활은 퍽 즐거웠습니다.
나름 행복했습니다.
2022년부터 미친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피로 시작한 독서는
제게 새로운 꿈을 가지게 했습니다.
'작가'입니다.
이상하게도 문학책을 읽을 적엔 저는 행복했습니다.
문학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저도 문학 속에서는 '주인공'이 되어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저와 같은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것을 문학에서는 '갈등'으로 표현하더군요.
그렇게 저는 2022년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책을 읽고 수많은 작품을 써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지금까지 써온 습작시만 400편이 넘어가며
짧은 단편소설은 50편에 달해갑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다시 접수한 수능.
나쁘지 않은 수능 성적.
그것들은 제가 상상으로만 가보았던 문예창작과에 다닐 수 있게 되었죠.
제가 살던 고향 근처에 자리 잡은 문예창작과에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인생은 이렇게 돌고돌아 25살에 1학년으로 문예창작과 신입생이 되었네요.
여러분들 다시 물어볼게요.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성적표에 기재된 그 숫자가 마음에 드십니까?
저는 단 한번도 그 숫자가 마음에 든 적이 없었어요.
다만, 지금 돌아보면 그 숫자에 갇혀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꽤나 오랫동안 그 숫자에 갇혀 살았습니다.
수많은 생각들에 내린 결론은
저는 그간 꽤나 과거에 갇히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부디 여러분은 저처럼 과거에 갇히지 마세요.
스스로를 과거에 가두는 것은 본인 스스로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의 스스로를 아프게 한 저와는 다르게요.
모든 수험생분들 응원합니다.
저는 앞으로 스스로를 사랑해보려고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ㅈㄴ 걱정햇는데 야호~~
-
전국이 더 어려운 건가요?
-
수능 선택과목 5
안녕하세요 연세대 통계학과 지망 생각중인 고2학생입니다대학교 학과별 권장/필수 수능...
-
수학 4점 = 국어 6~7점이네 수학 반영비 쎈 대학에서는 국어 한등급보다 수학...
-
이왕이면 정성껏!! 풀화님의 트리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내트리를꾸며줘...
-
성대 다니시는분 0
성대 교육학과에서 복전하는 사람들 많나요?? 인과계가 안될거 같아서 교육학과로 넣어야될 것 같은데…
-
복실복실 보들보들 폭신폭신...
-
중경외시 붙었고 반수하고싶음 수학 3떴고 27 29 30 틀림(28 찍맞) 미적...
-
4kg 빠짐 ㅋㅋ 수험생되면 더 먹어서 살 찔 줄 알았는데 안 먹어서 살 빠지는 중...
-
선착순 3명 500덕 10
드디어 1위 탈환 이제 레알만 좀 미끄러지면 된다 바르셀로나 원정승 몇년만이야
-
오르비 여러분 반가워요 오르비 새내기 현월입니다 제목이 조금 거창하네요 갑자기...
-
가나다군 쓰벌것 4
대가리 터질거같네 정시차별이다 이건
-
수시이월 0
올해 수시이월도 작년이랑 비슷하겟죠??
-
선지에서 2개 중 하나로 낚는 문제 많던데.. 발음도 별로고
-
그 대학은 그냥 못가게 되는건가요?
-
투표
-
군필 4수 올해 군수 성공해서 한의대 가려고 하는데 이런 쪽은 사실 아예 몰랐어서요...
-
현강시절 현우진이 돌아왔다...!
-
속보 김건희 13
진학사는 크리스마스 때 보는게 찐이다 라는 말이 12월 25일 기점으로 사람들이...
-
원서는 부모가 아니라 자녀가 원하는대로 쓰는게 맞습니다 1
자녀가 원하는대로 썼는데 실패하면 그건 부모가 커버해줄수 있는데 부모가 원하는대로...
-
평발이라서 2
유산소로 무조건 수영 배워야됨 나중에 완전군장하고 달리면 어캄…?
-
당근빳따 불고기 아니냐
-
고려대 중앙대 외에 더 있음..? 노줌스나용 고려대 가군이랑 중앙대 다군 정도만...
-
아무리 열쇠고리로 쓸게 없기로서니 이걸가져가시네...
-
2월 한달동안 기범쌤 first 개념완성 수강하려 하는데 문제집 따로 더 풀어야...
-
외대vs건대 2
자전or ai기준으로는 건대가 맞겠죠??
-
이재명은 합니다 0
휴
-
뭐가더낳냐?
-
공군 훈련소 특 12
행군,자지방호,각개보다 2차행군(특기학교 짐 옮기기)이 더 힘듦 물론 젤 힘들었던 건 유격
-
역시 12시간은 자야댐..
-
둘다 안정권인데 붙으면 ㅇㄷ가실건가요? 대전 살아요
-
국숭세단 다니는 반수생인데 이번 수능 결과로 진학사 넣어봤을때 동국대 문과 4칸...
-
잇올 뒷자리 5
잇올 교실형 문에서 먼곳 맨 뒷자리 먹었는데 ㄱㅊ?
-
인가경 2
인가경라인 원서접수일될수록 변동커지나요? ㅠ!
-
며칠전에 박주민의원은 의평원 무력화 반대한다고 하던데 이재명은 가능할까요ㅠㅠ
-
어캐되나요? 진학사에 저랑 환산점수 같은데 저보다 바로 앞에 있던데
-
오늘은 곧 개강인 현강과 인강, 파워스터디 등등에 대해 안내하겠습니다. 파워스터디는...
-
경제 마더텅 합리적 선택 파트 다 풀고 올테니 고려대는 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
내가 안찔러도 어차피 다른 메디컬권 애들이 다 찔러서 의미 없어요. 애초에 진짜...
-
아가 기상 8
부지런행
-
크리스마스가 뭐지 21
난 그런거 없는데
-
구제될 수 있는 곳 있나요?
-
크리스마스부터 봐야제..
-
올해도 솔크네 21
피자한판 시켜놓고 인방이나 볼 예정임뇨.. 오부이들은 다들 여친이랑 놀겟지..
-
경희한 1
진학사 좀 짜게 잡는데? 꽤 많이 들어왔는데 왜 최초합 24명밖에 안줌
-
국어 백분위 99~100 수학 백분위 97 영어 1 생명 2 지구 3 어느라인인가요?
-
나군을 7
지를까 말까 흠
-
맥도날드 별로네 2
간만에 시내 와서 온 건데 담부턴 걍 먹던 대로 롯데리아 데리버거나 벅벅 먹어야지
-
어차피 대기업, 금융권 취직 못하는 장수생들에게는 한의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미숙하죠 많이 엉엉..
글 존나ㅜ잘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