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나무 [1187265]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4-11-07 19: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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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윤 그리고 고2 짝사랑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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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던 그녀를 생각하며.


고2 겨울, 그때는 정말 추웠다.


창가자리에 앉았던 너는 매일 아침 『정의론』을 펼치며,

롤스의 정의 원칙이 무엇인지 고민하곤 했지.


가끔은 저런 어려운 책을 왜 읽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어.


추운 겨울, 창가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슬쩍 옆자리에 앉아서 수학문제를 풀었던 그 시간...

그 시간이 정말 좋았어.


내신 점수를 위해서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 적고 외우곤 했지

시험도 평가원 식으로 나온다고 해서 기출 문제도 풀고 또 풀었지.


공부하면서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나올 때에는 오히려 반갑더라,

모르는 내용이 있다는 핑계로, 너에게 한 마디라도 말을 걸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너는 나에게 말했지, 학교 선생님이 오개념을 가르치시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너는 그걸 지적하고 싶은 게 있어도 말하지 못했어.


내신 생기부 준비에 방해될까 봐...

다른 친구들이 혼란스러워할까 봐...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고3이 되었지.

너와는 다른 반으로 떨어지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생윤 과목을 보면 

지금도 가끔 그때가 생각나.


차가운 창가에서 철학 책을 읽던 너의 모습

같이 공부하던 시간.


어려운 내용이라며 물어보던 시간들

조잘조잘 설명해줬던 너의 입술


그렇지만, 나는 겁이 많았어.

겨울이 지나면, 고3이 될 거고, 수능을 준비해야 하니까.

사랑했지만, 솔직하게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가 없었어.


짝 사랑이란게 그런 거겠지.


이제는 어떤 학생들이 그 자리에서 공부하고 있을까?


그 학생들은 올바른 개념으로 공부할 수 있길 바라.


그리고 이제는 따뜻한 교실에서,

정확한 이해와 함께 공부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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