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섭 [1062561] · MS 2021 · 쪽지

2024-10-03 16: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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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분가능성은 있는데 적분가능성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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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요즘 뻘글만 주야장천 써대는 신창섭입니다. 오르비는 원래 수험생들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지식을 나누는 곳이죠. 물론 커뮤니티의 성격이 존재하는 한 어쩔 수 없이 그런 글들이 가끔은 묻히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문득 해석학 과제를 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칼럼을 하나 작성하고 싶어져서 칼럼을 작성합니다. 주제는 앞서 말했듯이 '적분가능성', 그 중에서도 다르부 적분에 대한 조금은 심오한 얘기와 르베그 적분에 대한 짧은 이야기입니다. 


 '미분이 가능한 함수는 어떤 함수인지 잘 알겠는데... 적분이 가능한 함수는 어떤 함수야? 그리고 수학자마다 적분에 대한 정의가 달라?'하고 당연히 반문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미분을 배울 때는 '오일러 미분가능성'(한 예시일 뿐이지 실제로 이런 이름으로 된 정의는 없습니다...) 뭐 이런 이름으로 배우진 않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적분을 하셨던 분들이라면 얼핏 들어보셨을 법한 단어가 하나 있으실 겁니다.바로 리만이라는 사람이죠. 대부분 이 리만이라는 사람을 처음 접하게 되는 건 구분구적법을 배울 때일 겁니다. 구획을 나눠 아주 작은 직사각형의 합으로 적분을 표현한다. 오늘은 이에 대한 얘기를 깊게 해보고자 합니다.



*적분가능성에 대한 얘기는 현재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개념들이 존재하는 엄연한 교과 외 과정입니다. 이 점 참고하시면서 글을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supremum과 infimum 등 적분가능성을 표현함에 있어서 필요한 단어들은 엄밀한 정의 대신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중들에게 적분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알려진 수학자는 아마 리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리만적분에 대한 얘기는 미적분을 배울 때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름이니까요. 제가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Manfred Stoll의 해석학 책 chapter 6의 제목도 'Riemann, Riemann-stieltjes integral'이니까요. 하지만 정작 내용은 리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제시한 적분가능성의 얘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리만이 아닌 'Darboux(다르부) integral' 얘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다르부 적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Upper sum(상합)과 lower sum(하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구분구적법을 통해 그래프의 밑부분의 넓이를 작은 직사각형들의 넓이의 합으로써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직사각형의 높이는 어디를 기준으로 하지?".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직사각형의 밑변을 계속 얇게 쪼개고 쪼개서 길이가 거의 0에 가깝도록 만들면 그 때의 함숫값이 곧 높이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굉장히 비수학적인 용어입니다. 엄밀한 수학에서 가장 싫어하는 표현이 바로 '거의', '~에 가깝게'라는 말들이죠. 하지만 오늘은 수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설명하는 글인 만큼 적분이라는 친구를 '얼추' 엄밀하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말한 높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쉬운 그림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지금 f(x)라는 함수와 직사각형의 높이는 한 직사각형 맨 오른쪽에 있는 점의 함숫값으로 잡았습니다. 즉, 가장 큰 직사각형의 높이가 f(1)이라는 의미죠. 그런데 만약 구간 [0,1]을 {0=x_0, x_1, ... , x_n=1}으로 (n+1)개로 쪼갠 다음 한 구간 [x_(i-1), x_i]에서의 높이를 오른쪽 끝인 f(x_i)가 아닌 왼쪽 끝인 f(x_(i-1))로 두면 어떻게 될까요? 오른쪽 그림과는 다르게 직사각형들의 높이가 조금씩 낮아지는 상황이 이해가 가실까요? 그러면 둘 중 어느 것이 맞는 넓이일까요? 혹은 다른 그래프일 때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한 단계 더 나아간 함수로 가져와 봤습니다. 위 함수는 한 점에서만 값이 튀는 함수고, 밑은 x=1/2에서 불연속인 함수이죠. 우리는 이 함수들을 적분할 수 있을까요? 만약 가능하다면 그 값은 얼마일까요?


우리는 그러기 위해 몇 가지를 먼저 정의하고 가야합니다.




 벌써부터 처음 보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sup, inf에 대한 의미를 어느정도 파악하고 가봐야겠습니다. sup은 supremum의 약자로 번역서에는 '상한'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inf(infimum)은 이에 상반되는 개념으로 번역서에서는 '하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최댓값과 최솟값의 개념과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미묘하게 이들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예시를 보시죠.



 이 함수의 구간 [-0.1, 0.1]에서의 최솟값과 구간 [0.9, 1.1]에서의 최댓값을 구하라 한다면 여러분은 구할 수 있으십니까? 우리는 x=0에서의 f(x)의 좌극한과 f(x)의 x=1에서의 극한값을 각각 최댓값, 최솟값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때 필요한 개념이 supremum과 infimum입니다. 



  다시 이 개념을 가져와보겠습니다. M_i는 어떤 특정 구간에서 f(x)의 함숫값들을 모아놓은 집합의 상한, m_i는 그 집합의 하한을 의미합니다. 상한과 하한은 결국 '이 집합의 원소가 위와 밑으로 끽해야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얘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정의를 가지고 바로 위에서 다뤘던 범위에서 f(x)의 m_i와 M_i를 관찰해보면 이제는 각각 0과 2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그러면 이 개념을 적분과 어떻게 연관지을까요? 방금까지 우리가 얘기한 M_i, m_i는 결국 특정점에서의 높이(i.e. 함숫값)의 최대와 최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맨 처음에 말한 저 증가함수에서 직사각형의 높이를 왼쪽, 오른쪽 끝 중 어디로 잡을 것이냐와 같은 얘기가 된 것이죠. 이 표현을 통해 직사각형의 넓이들 역시 표현해낼 수 있습니다.


 

 upper sum과 lower sum은 어떤 partition P에 대해 각각 높이가 최대일 때와 최소일 때 그 높이와 구간의 길이(delta(x_i))를 곱해서 구한 직사각형의 넓이의 합입니다. 번역서에서는 각각 상합과 하합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과 적분가능성의 관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황을 한 번 생각해봅시다. P는 우리가 임의의 partition(분할)이라고 가정했으니 우리는 이 분할을 더욱 얇고 미세하게 쪼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만든 partition을 P*라고 해보죠. 그러면 바뀐 partition에 대한 upper sum, lower sum의 값은 각각 어떻게 바뀔까요? 우리는 여기서 L(P,f)<=L(P*,f) & U(P*,f)<=U(P,f)임을 생각해낼 수 있습니다. 세부 구간을 더 잘게 쪼갠다는 건 특정 구간의 최댓값은 더 작아질 수 있고, 최솟값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임의의 partition P에 대해 L(P,f)<=U(P,f)가 성립하니 lower sum이 upper sum보다 더 커질 일은 없다는 것까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적분이 가능한 상황은 어떤 상황이 될까요? partition을 매우매우 잘게 쪼개서 거의 모든 쪼개진 구간의 길이가 0이 되도록 한다면 lower sum의 최댓값과 upper sum의 최댓값이 같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그때 적분이 가능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생각이 바로 다르부 적분의 핵심입니다. 




 이 definition이 다르부 적분에서 필요한 개념의 마지막입니다. upper sum의 최솟값은 결국 upper sum들을 모두 모아놓은 집합의 '하한', infimum을 말하는 것이고, lower sum의 최댓값은 lower sum의 집합의 supremum을 말하는 것입니다. 표현은 저렇게 적분 기호의 위 아래에 bar를 하나 긋는 것으로 쓰며, 각각 상적분과 하적분으로 번역합니다.

 만약 upper integral = lower integral이라면 그때 우리는 f라는 함수가 적분가능, integrable하다고 합니다.


 아래는 실제 계산 예제입니다. 불연속 함수의 적분이 가능한 이유를 우리는 적분가능성을 통해 알 수 있지만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점까지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죠. 이 함수의 0에서 1까지의 적분값이 1/2이라는 건 바로 유추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엄밀한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적분가능성은 해석학 뒷부분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uniformly convergence(균등수렴)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개념입니다. 오히려 미분가능성보다 활용가치가 더 넓고,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죠.




Extra)





 이 함수는 Thomae function(토메 함수)입니다. 이 함수는 굉장히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무리수점에서 연속이지만 유리수점에서는 불연속이고, 구간 [0,1]에서 다르부 적분 가능한 함수입니다. 어떻게 이 함수는 이런 성질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이 함수는 적분가능한지 증명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르베그 정리'와 '측도' 개념에서 자세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만... 그 개념들은 수학과 학부 4학년 때 배우는 실해석학 부분에서나 들을 수 있는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함수가 있다~ 정도로 오늘 칼럼은 갈음하도록 하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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