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 4수생의 고전전 합격, 그리고 약간의 불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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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얼마전에 의대와 수험의 관성에 대한 글을 썼던 스팸마요덮밥입니다.
최근 근황에 대해 알려드리자면,
결국 어제인 16일에 전화를 받고 고전전에 붙었습니다.
제가 원래 가고 싶었던 과이기도 하고, 몇몇 분들은 약대도 버리고 오는 고전전이니
참 좋은 학교 좋은 과에 운좋게 붙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화추합까지 받아서 붙은거라 더욱 기쁜 마음도 있지만, 한켠에는 약간의 불안함도 맴돌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수능을 3번이나 더봤고, 그 결과가 고전전 끝자락이라는 사실이
제가 고대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저를 부끄럽게 만들고 저를 작아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너무 기준이 높았던 것이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너무 많이 둬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오르비와 같은 커뮤니티들, 그리고 학원계 때문에 셀프로 제가 절 가스라이팅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분당 출신이고, 주변 친구들 중에 의대와 서울대를 지망하는 친구들이 다수 있었고,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가 현역, 재수때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또 막상 여기 오르비에 와 보니 재수, 삼수해서 간 분들 위주로 많이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이것과 관련한 생각을 할때면, 마음 한켠이 무거워지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나는 재수해서 지방치인데, 이번에 걸고 삼수해서 의대를 걸거다. 이런 식의 게시글들을 보면,
나는 재수했을 때 어느정도 성적이었지...? 건대 전전이랑 경희대 기계였나? 세상에 잘하는 사람 많네.. 주변 애들도 다들 한방에 의대가고 그러던데.. 나는 왜 이렇게 오래걸렸지? 나 군대도 다녀오면 이제 25살에 1학년인건가? 5살차이 애들이랑 같이 1학년 수업 듣겠네.. 졸업은 29살인가? 얼마 전 에타에서 아직 학교 다니는 28 화석이라면서 무물받는 글 봤던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되는건가? 나이 너무 많으면 취업에서도 단점 있을텐데...
이렇게 심란해집니다.
저한테 만족하고 싶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했다고 느끼고 싶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최선이 아니면 만족도 되지 않고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감이 드는 것은 어찌보면 인간의 욕망에서 기인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집에 수능을 5번 봐서 서강대에 간 형이 있습니다. 아마 그 영향 때문에 저희 어머니는 제가 수능을 많이 본 것에 대해 크게 게의치 않아 하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순수하게 정말 기뻐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심란한 티를 내면 어머니도 심란해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나이가 뭐라고 제가 그렇게 집착하게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해한해 지나갈때마다 늘어나는 나이와 새로운 성인들을 봅니다. 20살 먹고나서는 고3들을 봐도 어리다는 생각이 들고, 21일때는 고3들이 어린 애들로 보이고, 작년에는 고3아이들이 귀여워 보일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마치 중3 애들이 초등학생을 보는 것 처럼.. 고3애들이 중3 애들을 보는 것 처럼...
물론 사회 경험 차이라고 해봤자 숨 얼마나 더쉬고 재수학원에서 몇년 더 썩었냐 차이겠지만서도,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보상은 의대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제와서 가면 뭐 있나... 20대 초반은 사라졌고 30대 후반은 넘겨야 돈 좀 만지기 시작할텐데.. 이런 생각도 듭니다.
쓰다보니까 너무 돌려돌려 말하는 것 같네요. 그냥 마음속에 있는거 다 꺼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변 애들은 현역 재수 삼수때 거의 다 원하는 곳 가고 오르비에서도 재수 삼수 안쪽으로 연고높공 이상 개잘가던데
난 왜 4수나 박고 고대 전전 끝자락으로 가나 싶어서 자괴감들고 속쓰리네요. 존나 군수 마려워요
의대가면 만족이야 하겠지만 20대 초반 뒤진건 하....
게다가 이제 군대 더 미룰 수 없는 것 같아서 다녀올텐데 그러면 1학년들이랑 듣게될거고 5살 차이일텐데 얼마나 응애로 보일지 감도 안오기도 하고 그때가면 1학년 생활이고 뭐고 그냥 좀 현타 뒤지게 올것 같네요
아는 애들 이제 4학년 올라가는데 난 뭘 쳐 하고 있는건지
쓰다보니까 정리도 되긴 하네요.
학교다니면서 뭐라도 도전해서 자리잡을겁니다.
사업을 해서 폭망을 하건 뭘 하건...
테크노벨리에 사옥 하나 갖겠다는 마인드로 지독하게 살죠 뭐
솔직히 그냥 무난하게 졸업하고 석사 따면 30내외일거고 취업 문제 없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하 ㅅㅂ... 수능에 투자한 시간만큼 더 빠르게 성공하고 싶네요
초반에는 좀 차분하게 쓰려 하긴 했는데
좀 힘드네요
좋은밤 보내세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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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까 기분이 또 다르네요. 일단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열심히 살아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가고싶은 길로 가야죠!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궁금한게 대학 붙으면 군대는 자동으로 미뤄지는거 아닌가요? 왜 군대를 더 미룰 수 없다고 하시는지 궁금하네용
4수하던 중에 친구들 하나둘씩 전역하고 놀자하는거 보니까 군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사람을 많이 초조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 군문제를 더는 미루지 말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혹시 낙생 출신이신가요..?
낙생 친구들을 많이 알기는 하지만 아닙니다 ㅜㅜ
군수하셔야 겟네
굉장히 긍정적으로 검토중이긴 합니다
환경과 상관없이 본인이 노력하여 성과를 일구어내는 학생들은 매번 있습니다.
저희과 동기중에서도 4수생으로 거의 막차를 타고 들어왔으나 피나는 노력 끝에 현재는 일리노이대학교 컴퓨터공학쪽으로 대학원을 가 있습니다.
저는 현역 정시인데, 어쩌면 제가 자만하여 저 형보다 약간은 뒤쳐지는 노력을 하였고 현재는 저 형이 부럽다라는 생각을 솔직히 안하고 살지는 않는 중이네요.
누구나 시작이 늦을 수는 있습니다. 또한 시작과 결과의 상관관계가 없다고는 못하겠으나 이를 부수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고
시작점이 늦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지금 몇살인지 너무 늦지는 않았는지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저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매번 이야기하는 말인데, 방황은 20대의 특권입니다.
제가 인생 다 산 사람처럼 이야기하니 웃기지만 정말 앞만 바라보고 본인하고 싶은거만 해도 상관없는거같아요.
현재 제 연구실에도 저보다 5살 어리신 분들이 석사로 들어오시거나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압니다.
비교해보았자 좋을 것도 없고 실제로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본인이 원하는 인생을 더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짧게 말씀드렸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어제 새벽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쓴 글인데 아침에는 좀 차분해지기도 했고, 학교생활 열심히 해서 유학을 준비해볼까 생각도 드네요. 몇년 차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도록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대 전전도 정말 멋있어요. 어떤선택을하시든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만약 군수했는데 의치는 안되고 약수 정도되면 가실 생각인가요..?
의대가 아니라면 치대, 한의대여도 안갑니다. 그점수 나오면 서울대 질러보고 말 것 같네요. 이유는 제 적성과 자신감입니다.
군수 하지마요 절대로
!
발견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