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패배자 [298233] · MS 2009 · 쪽지

2015-06-12 23:59:46
조회수 1,754

<자유론>과 <국부론>에 관한 몇 가지 질문 올립니다.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6120393

1.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개인은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고, 이에 따라 공공의 이익도 증대된다고 하였잖아요.


그러면 스미스의 생각은 '주체적인 인간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다른 고전인 <오이디푸스 왕>과 국부론과 비교해야 하는데, 소포클레스는 인간을 운명에 얽매여 있는 수동적 존재로, 스미스는 인간을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주체적인 존재로 보았다고 하려고요.


2. <자유론>과 <국부론>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저는 이 답도 인간관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님들이 보시기엔 어떤지... 둘 다 인간을 자유 의지를 가진 주체적인 존재로 보고 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자유를 누려야 하는지를 설명한 책이라고 생각해봤는데 조언 부탁드립니다.


3. 밀은 자유의 범위를 말하면서 가장 먼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자유'를 거론했잖아요. 그런데 개인과 개인간의 자유가 충돌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건가요? 가령 내가 나쁜놈이라고 가정했을 때 남이 내 앞에서 내 욕을 한다. 이러면 남이 내 욕하는 것도 자유고(내가 나쁜놈이니까 도덕적으로는는 문제 x), 남이 듣기 싫은 말 하는 것 못하게 하는 것도 밀이 말하는 자유아닌가요?

요컨대 '무제한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지가 논제입니다. 이것에 대해서 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는 자유론을 읽어봐도 이 문제는 도저히 답을 못내리겠네요 ㅜㅜ


제 생각에 틀린 부분 있으면 지적해주시고 조언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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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르주깡길렘 · 409348 · 15/06/16 02:30 · MS 2012

    제가 <국부론>을 읽지 않았음을 유념하시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1. 국부론의 그 서술은 교과서 개념을 빌려 추측하자면 '보이지 않는 손'을 상정한 서술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인간이 이기적으로 행동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에 결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이는 도덕/윤리적 차원에서(혹은 자유의지 문제의 차원에서) '주체적 인간'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몸글에 써 있는 바인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인간의 능동성은 결국 그 바대로라면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지 않을 수 있는', 즉 비非-결정론적인 자유의지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말씀하신 것과 같은 '주체적인 인간'이란 모름지기 끝까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일 수도 있어야지, '운명론적'이나 다름없는 '보이지 않는 손바닥' 위의 손오공으로만 남아서는 어불성설이라는 뜻입니다. (<국부론>을 기준으로 한 자유의지(주체적 인간) 해석이 굳이 이런 해석으로 귀결된 것은 하필이면 이 책이 '숙명'을 다루는 <오이디푸스 왕>과 비교대조되어서 그렇습니다)

    2. 자유론은 사상사로 일별한다면 공리주의적 입장에 서는 저술이라고 봐야겠지요. 자유론은 가장 원초적인 공리주의입니다. 그렇기에 하나의 이념(Idea)으로서 자유의지(주체적 인간)을 주장했다기 보다는, '자유'를 소재로 하여 공리주의라는 아예 새로운 윤리관을 정초했다고 봄이 좀 더 건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대정치철학 공론장에서 공리주의는 자유주의와 여러 면에서 배치되는 입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또는, 좀 더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공리주의란 '공리'(utility)라는 것을 광의의 정치 내지는 윤리의 세계에서 '자유' 대신에 그 준거점으로 삼은 것인데, 여기서 핵심은 utility(=효용가치)가 자유보다 우위에서 '가치의 뿌리'로 설정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쉽게 말해, <자유론>은 자유를 소재로 다뤘을 뿐(그래서 "어떻게 자유를 누려야 하는가"에 한정하자면은 시원하게 말해줍니다만), 자유의 제일적 보장이나 특히 '인간의 자유의지(주체성) 승인'에 있어선 말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전제의 단계에서 보자면 오히려 인간의 주체적 의지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부할 수도 있습니다. 효용가치가 제일적으로 중시된다면 인간의 자유의지(주체성)는 단지 부차적인 것일 뿐이죠(=> 다시 말해 효용가치를 위해서라면 자유는 부정될 수조차 있는 겁니다. 극단적인 추상이긴 합니다만). 즉 <자유론>이란 저술이 자유의지(주체성)를 설명하는 책이다라는 식의 이해는 다소 성급한 이해라고 생각됩니다.

    3. 그 '견해의 자유'에 대해서 최종적으로는 공리=효용가치에 따라 결정하겠지요, 밀이라면.

  • 와드좀사라 · 584834 · 15/07/17 12:27 · MS 2015

    저기 죄송한데 대학에서 철학 공부하신 분이세요? 그냥 고등학생이시죠? 저 철학 전공인데 너무 제가 아는거랑 너무 딴판이라서요;;;;; 혹시 철학 전공생이시면 제가 완전 다시 배워야 할것 같은데...;;;;

  • 조르주깡길렘 · 409348 · 15/08/12 13:37 · MS 2012

    네, 아래 덧글을 보니 다시 배우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근대'의 겉보기적 속성으로 그토록 다양한 '근대 사상가'들을 싸잡아 환원시키는 건 바람직한 독해가 아닙니다.

    참고로 굳이 밝히자면 전 (대안)대학원에서 공부 중입니다. 석사 과정이구요, 비트겐슈타인 전공입니다.

  • 와드좀사라 · 584834 · 15/07/17 12:25 · MS 2015

    1. 국부론의 인간의 주체성은 당시의 철학 사조에요. 르네상스랑 연관 돼 있구요. 그러니까 님의 말씀도 옳아요. 그 전까지는 신이 인간의 주체였지만 그 이후에는 인간이 스스로의 주체가 되었죠. 애초에 사회 철학 서적이 쓰였다는것 자체가 인간을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님의 말씀도 옳은 것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간다는 표현도 좋지만 노력을 통해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열심히 노력해서 맛난 빵 팔면 비싼 값에 잘 팔리니까 사람들이 다 열심히 일하게 될거다 이런거니까요.

    2. 네 그렇게 생각하시는게 맞습니다. 위에 말씀드렸듯이 딱 그런 철학 사조에서 나온 책들이에요. 죄송한데 위의분 철학 전공자이신가요? 자유론 읽어보신건가요? 저는 위의분의 내용에 동의할 수 없네요. 자유론이 인간 주체서을 인정하지 않는다고요? 효용가치가 제일이라니;;;;; 위의 분이 말씀하시는 부분들도 없잖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후대 사람이 억지로 밀의 다른 이론들과 합쳐서 그렇게 해석하려 하니까 나타나는 결과지 애초에 "자유" 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의 주체성을 뺴놓고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인데요;; 둘다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한거 맞습니다.

    밀이 양적인 공리주의적 입장을 표명한것은 도덕적인 윤리적 논쟁에 대해서 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 할 때 다수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죠. 가령 테러리스트가 뉴욕시에 핵을 설치헀는데 그 핵이 어디있냐고 불게 하기 위해서 고문을 가할것인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는 겁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면 모를까 주체성이랑은 거의 상관성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밀만큼 자유를 중시한 철학자가 또 어디에 있다고......

    참고로 또 주장할 수 있는 다른 공통점은 정부가 사람들의 경제적 활동(국부론)과 발언권(자유론)에 그 어떠한 침해도 해서는 안된다 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불합리한 저지권을 부정한 것이죠.

    3. 밀은 발언의 자유에 대해 전적인 지지를 보내지만, 선동은 올바른 발언의 방법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상대방을 욕하는 것을 일방적인 비방일 뿐이죠. 밀이 말하는 '저지되어서 안되는 발언' 이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발언들을 뜻합니다. 위키 피디아 글 갖다 붙여서 참조해드립니다.

    표현의 자유가 진보로 이어진다는 믿음은 공론의 여과능력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의견이 진실로 틀렸거나 해롭다면 공론장에서 자연히 틀렸거나 해로운 것으로 판명이 나서 도태되리라는 말이다. 밀은 정부를 전복하려는 기획이나 살인을 정당화하는 이론일지라도 표현에 사회적 박해나 정치적 탄압이 가해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 전복이 진실로 필요하다면 전복해야 할 것이고, 살인이 진실로 정당하다면 용인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단, 의견을 공표하는 방식은 대중연설이나 저술이어야지 다른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주면 안 된다. 이것을 일컬어 위해원칙(harm principle)이라고 하는데, 예컨대 굶주림에 시달려 흥분한 상태의 군중을 상대로 곡물 도매상을 지목하면서 "여러분이 굶주리는 것은 저런 자들의 착취 때문"이라는 식의 표현은 안 된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 올리버 웬델 홈즈는 이를 기초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이라는 기준을 세웠다. 깜깜한 극장에서 장난으로 "불이야!"를 외쳐서 사람들을 공황에 빠뜨리고 다치게 만들 정도의 위험이 거기에 해당한다. 반면에 듣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받아들일지 배척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의견이나 이론도 표현이 가로막히면 안 된다는 원리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