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꼰대와 함께하는 수다 1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56035299
MBTI ‘I와T’인 아름다운 꼰대의 시선으로 본 수특 시리즈
안녕하세요 수다 떨러 왔습니다,
가독성을 위해 교양있는 저의 실생활과는 너무도 이질적인 거친 구어체로 기록함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고전시가 6 누항사]
------------------------시궁창같던 현실-----------------------
자 상상해보자
양반이었던 화자가 시골에서 누더기 옷을 입고 소도 못 빌려 팽 당하고 나서 쫄쫄 굶으며 거리를 걷는 거렁뱅이 기분이 어떨 것 같냐
작가를 투영시켜 가정해보면 임진왜란 때 배 위에서 호령하던 무인이 시골에서 쫄쫄 굶으며 몇 년째 농사일은커녕, 죽을 먹는 상황조차 감지덕지인 거지꼴이 됐다고 생각해보자
이 작품을 수특에서 다시 맞이하는 순간,
과거 나의 슬픈 기억 이 아침 댓바람부터 져며온다.
나는 2013년 말부터 2015년까지 드라마 여주인공같은 병을 앓았다.
초반엔 일어나지를 못하는 정도였는데, 머리를 못 감게 되고, 나중에는 컵을 못 들었다.
그 때 나를 돌봐주고 간간이 위로해주던 한 F 남사친이 연애를 해보자고 말했다.
나는 정색을 했더랬지. 연애 라는 말이 귀에 들리겠냐
사람이 스스로 물하나 못 떠먹을 정도가 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기어나오는 그 시간이 첩첩산중이 되면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진다.
이와 같은 맥락인거다.
화자는 물로 배 채우고 있고 농사일도 소도 없는 빈궁한 생활을 하는데 강호가도와 천석고황 물아일체를 외치며 “와우 내가 신서언!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이 무릉도워언!!”이라고 외칠 각이 안 나온다는 거다.
그래서 기본 베이스로 장착해야 할 이 작품 포인트는 뭐다?
대화부분과 결말이다.
지금부터 눈물 좀 차오르는 양반의 비참한 모습이다.
수특에 나왔는데 모르면 남들 다 아는 거 나만 모르는 게 되니 보자
소 한 번 (빌려)주마 하고 엉성하게 하는 말씀 (엉성한 줄 알았으면 기대는 왜 해 인간 다 믿을 수 없다)
친절하구나 여긴 집에 달 없는 황혼에 허둥지둥 달려가서 (착각은 자유 허둥지둥의 모양새와 시간이 뼈아프네)
굳게 닫은 문 밖에 어두커니 혼자 서서 (이러지말자 화자, 비참하잖아)
큰 기침 ‘에헴’을 오래도록 한 후에 (몇번이나 기침을 한거냐, 목은 괜찮고? 끈기인정이다)
어, 거기 누구신가 (소주인) 염치 없는 저올시다.(화자) (여기가 포인트! 인용부호가 없어서 대화인 줄 모르면 아웃)
초경도 거의 지났는데 무슨 일로 와 계신고 (속마음 : 왜 왔어 귀찮게)
해마다 이러하기 구차한 줄 알거마는 (매년매년이러했다니 연년 여기 못 읽으면 또 오답 나온다)
소 없는 궁핍한 집에 걱정 많아 왔습니다 (너무 솔직해서 안쓰러운 부분)
공짜로나 값으로나 네게 (소를 빌려)주었음도 하다마는 (주인은 화자 너의 그 솔직함이 부담스럽겠지)
다만 어제 밤에 건넛 집 저 사람이 (주인이 드릉드릉 시동건다. 나 너한테 소 못빌려주는 이유 구구절절)
목 붉은 수꿩을 구슬 같은 기름에 구워 내고 (더 똑똑한 새끼가 있었네, 삶은 이토록 사회생활)
갓 익은 삼해주를 취하도록 권하였는데 (따뜻한 고기에 갓 익은 술로 온도까지 맞춰올 정도면 영민함이 굿)
이러한 은혜를 어찌 아니 갚을런가 (은혜라는 단어를 고기와 술에 쓰는 놀라운 현장)
내일 (소를)주마 하고 큰 약속을 하였거든 (작은 언약이 아니라 큰 언약이라 말하는 주인의 과도한 표현)
.
약속을 어기는 것이 편하지 못하니 말하기가 어렵구나 (주인 속마음: 내 상황 알겠지? 이제 그만 가렴)
사실이 그러하면 설마 어찌하겠는가 (여기서부터 화자다 에라이 집가야지)
헌 모자 숙여 쓰고 축 없는 짚신에 맥없이 물러 나오니 (모자랑 신발 헌느낌으로 맞추고 기운없이 훌렁훌렁)
풍채 적은 모습에 개가 짖을 뿐이로다 (개는 짖고 나는 우네)
대화의 인용부호가 없잖아!
한 행이지만 말하는 이가 달라 버리잖아! 고전시가나 소설에서 주의할 부분이다.
국어 수업하고 있으면 저기서 오답에 걸리는 경우 꽤 나와서 빡치면서도 슬프다.
또 하나 주의점! 결말 부분이다.
있으면 죽이오, 없으면 굶을망정 ( 죽도 감지덕지 없으면 굶어! )
남의 집 남의 것은 전혀 부러워 말겠다 (이런 상황인데 여기서 ‘남의 집 남의 것’이 속세에 대한 염증이나 정치현실에 대한 염증이 될 수 없다. 그저 온포정도는 하는 삶이지)
-오늘 다룬 두 부분은 올해 이투스 3월 모고에도 나왔다.-
이 비참한 화자는 결국 어떻게 생각을 마무리하며 끝낼까? 유교걸로서
이 순간에도 생존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분들께 누항사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좀 길다.
여기까지 다 읽었어? 넌 될 놈이다.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또 전공하고 국어를 사랑하는 이과생으로서 국어가 늘 여러분의 발목을 잡질 않길 바랄 뿐이다.
끝.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와이파이 왤케 빨리 차..?
-
수면패턴박살 2
스읍..
-
진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걱정없이 새르비 쌉가능
-
ㅇㅈ글 보면 0
여르비인지 남르비인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네..
-
난아직도
-
살빼고 머리 기르고 셀카 한장 찍어서 인증 남길게 그땐 살아 있으려나 오르비언이
-
오래된 생각이다...
-
메뉴 9
아침 맥모닝 점심 맥도날드 저녁 버거킹 이렇게 먹어도 탄단지 균형 좋아서 살안찌는듯
-
음울하면서도 몽환적이었던 거 같다
-
살빼야되는데
-
어릴때 사람들이 3
살 많이 안찌고 했을때 어른들이 다 잘생겼다고 했는데 지금 왜이러지..
-
다들 존잘인데 2
나는 하...
-
지거국 낮은 과라도 상관없습니다..충남대,경북대,부산대,전남대 중 가능한 대학 있을까요..?
-
근데 반응이 당황스럽지만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좋은 반응들이라
-
진짜 미리 성적표 다 뽑아놓나요?
-
자야겠다 5
아침보다 더 우울하네 하..
-
좆같음을 잊을수있게해야한다하나.. 유일하게 잘때랑 그때만 화가 안남 좋아서 마시는게...
-
잘생긴 사람이 너무 많은데 이게 맞냐 난 자살하러감 ㅂㅂ
-
올 수능부터 발표 당일날은 성적통지표 온라인으로 발급 가능 성적 증명서는 9일부터
-
제시문 (나)가 모든 존재들의 존엄성을 내세워서 이익과 고통은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
ㅇㅈ은 몇 시에? 10
3시에 해야한다 이말이야 화질은 ㅈㅅ
-
입음? 아니면 학교 근처에서만 입음?
-
새 글 업데이트! 가 떴는데 새로고침해도 새 글이 안보인다면 그건 누군가가 모밴으로...
-
활동 1일차인데 1
덕코 2500개 쌓임 옯창이 되.
-
. 2
-
서글프뇨..
-
한국사 6등급 6
아니 2~3 뜨다가 수능때 6 떴는데 저도 왜이런지 모르겠거든요..? 어차피...
-
오이시쿠나래 3
-
맛난거먹고 양치계속하고 그래도 그대로네 이거 왜이러는거에요??
-
. 5
-
와….. 4
친구가 갑자기 어서 자라고 연락 와서 식겁함 나 분명 옯밍아웃 당할 짓 안했는데
-
에효이
-
치킨사왔어
-
. 3
-
틱톡 근황 4
그냥 틱톡을 요즘 자투리 시간에 보는데 07년생이고 자퇴를 했는데 중3때 까지...
-
. 4
-
서성한 생각하고 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
. 4
-
이훈식 조교 8
뽑히면 개강날부터 바로 출근하는거임뇨? 지1 48점인데 지원서는 넣어볼까..
-
요즘 인지/공부와 관련된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려 하고...
-
저 에대한 썰은 2
플레이에 많이 전해지고있습니다. ..... 다행히 지금 이 시간에는 아무도 안 계시네요
-
. 6
-
아오 삼겹살에 2
소주 마렵노
-
수학여행 야심한 밤에 초성고백받아서 ㅈㄴ 두근거렸는데 ㅅㅂ 장난친거였음 그 뒤로...
-
외모랑 지능 둘다가졌어
-
GOAT 영향력 무엇임뇨..
-
논술은 뭘까.. 0
가채점 상으로는 연대 사과대 적정 점수라고 해서 최저도 맞췄겠다 고대 경영 논술...
-
니남친 썰 11
중딩때 길가다가 여자무리에서 한명이 나보고 번호달라는거임 어버버댔는데 갑자기...
-
외모랑 학벌중에 3
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연옌급으로 이쁘거나 잘생긴 외모 vs 수능만점 이렇게 비교했을때
오릅이 소속 강사님이싱가요?
그병은 다 나으셨나요
네 재활 후 극뽁!! 후유증은 좀 있어요 건강이 최곱니다
ㅋㅋㅋㅋㅋ 재밌읍니다
고맙읍니다
126차원 선생님...
248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