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3392850
“이 나라에는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 애국자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애국자가 있다.”
언젠가 이준석씨에게 들은 얘기다. 그는 지금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서 이 대목을 듣고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그의 감동은 또한 나의 것이기도 하다.
미합중국의 국민은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든, 그 전쟁에 반대하든 ‘애국자’가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선거 때마다 ‘빨갱이’ 아니면 ‘매국노’가 되어야 한다.
인구 절반의 빨갱이에, 나머지 절반은 매국노라면, 도대체
이 나라는 누가 지킨단 말인가? 왜 우리는 서로 상대로부터 국민 될 자격을 박탈하려 드는 걸까?
나는 ‘국민 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 물론 문재인-안철수-심상정이 함께 하는 정부만이 이 나라를 미래로 이끌 수 있으며, 박근혜-이회창-이인제가 함께 하는 정권은
이 나라를 과거로 퇴행시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당연히 나와는 정반대로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는 그들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본다. 하지만 적어도 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 만큼은 그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게다. 아니, 그들의 마음이 어쩌면 나의 것보다 더 뜨거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제부터 “이 나라에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애국자들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애국자들이 존재한다.”고 말하자.
언제나 보수당만을 지지하는 어르신들의 생각은 내게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분들은 전쟁을 겪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직접 경험하지도 않은 광주의 상처를 내가 평생 안고 살아가듯이, 그 분들 역시 직접 경험한
전쟁의 외상을 평생 안고 살아오셨고, 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실 게다. 그 상처를 이해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의 유세장에 모인
어르신들은 저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계셨다. 젊은 세대는 그 분들이 우리의 미래를 흘러간 과거에 묶어 놓는다고 원망하고, 심지어 그들의
고리타분함을 비웃기도 한다. 하지만 높은 투표참여율로 드러나는 그 분들의 애국적 열정만은 존엄한 것이어서 우리의 존경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선거 날 박근혜 후보를 찍으려는 부모님을 효도관광 보내 드리겠다’는 말은 행여 농담으로라도 하지 말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든, 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 투표에는 모든 애국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설사 지지하는 후보가 나와 다르더라도, 집안의 나이
드신 애국자들과 함께 투표장에 나가자.
나를 부끄럽게 하는 분들이 또 있다. 인도에서, 멕시코에서, 유럽에서 차를 타고, 기차를
타고,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10시간, 20시간, 40시간을 걸려 투표장으로 나간 재외국민들. 그 먼 시간을 들여 투표장으로 향하던 그 분들의
가슴 속에 담겨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물론 나라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리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으나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열정’의 온도로 서로 경쟁하는 마당. 우리의 선거도 이제 그런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은 서로 비판하더라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서로 의심하지 말자.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승자에는 영광을, 패자에게는 명예를 주자.
92%에 달한다는 60대 이상의 투표 의향. 그걸 보고 푸념하는가? 안도현 시인의
말대로, 어차피 인생은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그 분들은 전쟁과 산업화의 과정에 제 한 몸 다 태워 기꺼이 연탄재가 되셨다. 재가 되어서도
아직 저렇게 뜨겁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출처 - 광주일보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355410800484509066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90개..
-
근디 글씨가 워낙 지렁이라,,, 가봤자 떨어졌을듯!!
-
뭐가나아요?
-
친구가 아예 없는 건 아니고 말 섞고 같이 다니는 찬구는 잇는데 집에 와서도...
-
여자 03 있음 여기? 20
남아있는 사람 있어?
-
계산실수 진짜 존나 심하네 꿀모 하나 풀어봤는데 계산 진짜 지랄남 이번 수능때도...
-
내가 페그오를 진짜 좋아할거 같다고 했는데 페스나가 이정도면 진짜 페그오는 얼마나 좋아하게 되려나
-
인간미 넘치네 현강 들을 때가 생각나는구만...
-
2015 개정 교육과정 수능을 봐야 하는 예비 고2입니다. 기존에 있던 시발점...
-
그 다음 또 감동적인 문제 2022 0621 하... 10
너무 사랑스러웠음 평가원 교과서적 정의 x n승=a 다를 보면 거듭제곱근을...
-
뉴런 듣고 스블 3
뉴런 듣고 스블 or 그냥 스블만 뭐가 더 나을까요? 런칭 첫 해라 스블 좀 걱정되기도 하고
-
얘가 14살 얘가 20중반 참고로 둘다 꼴초
-
사망.
-
졸사 ㅇㅈ 16
하..
-
겨울 애창곡 6
내년 목표는 밴드부 보컬이다
-
미적 27-30 다 틀렸고 공통 15, 20, 21, 22 틀렸음 고2 내신 때...
-
덕코주세요 0
덕코가 없어요...
-
교육청 시험의 백분위를 믿지 말라고 하고싶음... 교육청→수능 99.5→98...
-
ㄹㅇㅋㅋㅋ
-
덕코 주세요 11
헤응
-
2021 11 20 나형 너무 감동적인문제임 진짜 10
해설해줄때 항시 쾌감이.. 진짜 개념에 충실한문제 육차함수가 아닌.. 극값을...
-
돼지가 될거야!
-
에매랄드에 왤케 저지능이 많냐고 장로 쳐먹고 진짜 산책만 쳐하네 그럴거면 오더라도...
-
쌍수 왜 했지 싶은 사람들 있음 없는 게 귀여운데
-
마감! 15
https://orbi.kr/00070175067 연논 모의고사 5회차연세대...
-
올오카 문학은 작년에 들어서 올오카만 독서하고 나머지는 다 들었는데 작수 원점수...
-
언매1틀인데 언매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한번더 한다면 바꿀까도 존나...
-
D-350 공부 4
-
기말끝나면 5
탈색하고 금발해야지
-
공부얘기 4
어려운 문제를 자꾸 풀어볼려고 해야 나중에 겨우 뚫을수 있는듯 아랫단계거를 완벽하게...
-
완전 초기보단 그나마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도 너무 짬.. 근데 칸수 말고 등수로만...
-
아직도 의문인데 예전에 시발점 들어서 태그한거밖에 없는데 차단당함 내 지인들도...
-
공부하는데 전혀 지장 앖는 지능이져? 이잰 지능탓도 못하겟네 엄빠는 사지 다...
-
2년전에 샀는데 올해랑 똑같죠 교재?
-
화생러 현역인데 화학 잘하는건아니여서 이번 인구수보고 화학 버릴려고요....
-
스나 0
스나 지를때 그래도 3개년 (22,23,24) 중에 하나라도 최종컷 보다는 높은곳에하는게 정배겠죠?
-
볼게 넘 많아 군대 미루고 싶다..
-
SIUU 전형으로 서성한 합격될거 같은거 좋은거 아님?
-
인서울 메디컬 19
이 성적으로 인서울 메디컬 어디라도 될만한 곳 없으려나요… 욕심인거 알지만 그래도...
-
왜 내가 본 지1, 생2만 컷을 높게 잡았지... 휴
-
돈도 없고 귀찮고.... 헤메코 다받으면 10만원 넘어서 참아야하나 싶기도ㅜ
-
음 저번주부터 천천히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대학교는 한양대 에리카...
-
진학사 뭐사야됨 1
9만원짜리 아니면 11만원짜리
-
인강은 1배면 달팽이 속도로 듣는 답답함인데 막상 현강 가면 하나도 안그럼
-
자퇴생 커리 0
아무래도 인강으로만 공부해야 돼서 궁금한 게 많아여 혹시 국영수탐 2026 커리는...
-
여붕이들 댓글좀 10
물소짓좀 하게
-
페그오는 아직 안 봤는데 페그오밖에 없어서 못 삼 ㅠㅠ
-
현우진 선생님께서 계속 시발점 교재를 개정 시발점이라고 말씀하시던데 달라진 부분이...
-
수능 최저 3합 5를 맞아야 하고 올해 수능 미적 73 ( 공통 3틀 미적 4틀)...
먹어요님 글빨보소 ㄷㄷ 했는데
진중권..
허..
좋아요^^
함께 사는 대한민국..
공약만 다 지키면
어느당후보이건
전부 세종대왕입니다
틀린말 하나 없네요.
야 필력 장난아니다. 진짜 이정도로 쓰려면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하는거야....
좋은글입니다!
뭐가 글빨 장난아니라는건지..ㅋㅋ
본문내용은 전혀 구절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는 진중권교수의 의도와는 달랐을겁니다.
'그 분들의 애국적 열정만은 존엄한 것이다'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을 딱 원하는 말로 표현하네요. ㅎㄷㄷ
진중권 교수님 제가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실력 하나는 인정. ㅎㄷㄷ
필력이라 하지 글빨은 모지 ㅋㅋ
본문과는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연탄재 발로 차지 마십시오. 어디로 튈 지 모릅니ㅏㄷ
눈에 들어가서 ㄷ지는줄 알았습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속출하지 않길 바랍니다
중간에 효도관광은 조국 까는 건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