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의 ‘학종’화 - 2023학년도 서울대 정시전형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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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의 '학종'화 - 2023학년도 서울대 정시 전형에 대한 소고]
1.
서울대가 2023학년도 신입생 선발 정시 전형을 다소 파격적으로 내놓았다.
수능 성적만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예년과는 달리, 학생부 종합 평가를 함께 실시한다.
이와 함께 정시 모집에서도 지역균형선발전형을 도입했다.
정시 지균의 경우 일부 학과에서만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인문대, 사회대(정외 경제 인류), 공대, 약대, 의대, 치의대에서 선발한다.
정시 모집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점수를 맞춰서’ 입학하는 경우가 많은 등 수시 출신 입학생에 비해 전공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경향이 다소 있는 것은 사실인 바,
서울대 입장에서는 교과 평가를 통해 해당 지원자가 전공에 대해 어느정도 흥미가 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수능 성적과 고교 생기부가 모두 우수한 자원을 선발하고자 전형을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2.
전형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는,
1단계에서 수능 성적만을 기준으로 2배수를 선발한다.
이후 2단계 전형에서는 수능성적 80점, 교과평가 20점을 기준으로 합산하여 학생을 선발한다.
교과 평가의 경우, 학생의 생기부를 A(5점), B(3점), C(0점) 등급으로 2명의 평가자가 독립적으로 평가한다.
기본 점수로 15점을 부여하는 것으로,
교과평가 AA를 받은 학생은 5점, AB는 4점, BB는 3점, BC는 1.5점, C.C는 0점을 가산하게 된다.
정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는,
수능 60점, 교과평가 40점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단 이 때 별도의 지원자격이 있는데,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각 학교별로 재학생과 졸업생을 포함하여 총 2명을 추천할 수 있다.
교과 평가는 A(10점), B(6점), C(0점) 등급으로 2명의 평가자가 독립적으로 평가한다.
기본 점수로 30점을 부여하는 것으로,
교과평가 AA를 받은 학생은 10점, AB는 8점, BB는 6점, BC는 3점, C.C는 0점을 가산하게 된다.
지균 전형에서 교과평가의 영향력이 더 큰 것이다.
3.
교과평가는 교과 이수 현황, 교과 학업성적,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반영한다. 쉽게 말하면, ‘내신’을 종합적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공대 지원자의 경우 수학, 과학 성적이,
경제학부 지원자의 경우 수학, 사회 교과 성적이 좋다면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상 ‘학생부종합’ 스타일의 교과평가라 보면 된다.
4.
전체적으로 수능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인문계열을 기준으로,
20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만점을 받은 학생은 서울대식 환산 점수로 424점 정도이다. 이 때 서울대를 ‘마지막’으로 들어온 학생의 점수는 411점 정도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학과는 415점을 전후하여 커트라인이 형성되었다. 최고점인 424점과는 국어 한 문제+수학 두 문제 정도의 차이이다.
수능성적 반영은 다소 어려운 산식을 제시했다.
일반전형에서 2단계 수능성적 반영은 아래와 같다.
서울대 정시 모집에서 논술 고사를 치르던 때와 비슷한 구조이다.
① (1단계 합격자 최고점 – 1단계 합격자 최저점)이 20점 이상인 경우:
20점 × {(지원자 점수 – 1단계 합격자 최저점)/(1단계 합격자 최고점 – 1단계 합격자 최저점)} + 60점
② (1단계 합격자 최고점 – 1단계 합격자 최저점)이 20점 미만인 경우:
80점 - (1단계 합격자 최고점 - 지원자 점수)
쉽게 말하면 1단계 합격자 최고점과 2배수를 겨우 통과한 학생의 점수 차가 매우 크면 ① 케이스를, 그렇게 크지 않으면 ② 케이스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를 2020학년도 입시에 적용할 경우,
① 케이스는 정시에서 50명 이상의 인원을 선발한 A학과,
② 케이스는 정시에서 20명 미만의 인원을 선발한 B학과에 해당한다.
Case ①
A학과에는 만점자(424.X점)가 지원했으며, 해당 학생과 2배수에 해당하는 학생(389.X점)의 점수 차는 35점 가량으로 추정된다.
커트라인은 만점자와 7점(417.X점) 가량 차이가 났다.
이 '커트라인' 점수를 2023학년도 대입에 적용시켜보면, 76점이 된다.
7점 차이가 불과 4점 차이로 좁혀진 것으로,
교과평가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이다.
Case ②
해당 학과 '수석' 지원자는 서울대식 416점 가량으로 추정되며, 커트라인은 만점자와 4.X점(411.X점) 가량 차이가 났다.
2배수에 해당하는 학생의 점수는 407.X점으로 추정된다.
이 때 '수석' 지원자의 점수는 80점, '커트라인' 지원자의 점수는 75.X점으로
점수 차이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해당 학과의 지원자 점수 분포를 보면 410~412점 사이에 2배수 통과자의 60%가 분포해 있어,
교과평가에 따라 당락이 뒤바뀔 수 있는 구조이다.
이 때 문제인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점수가 Case ①에 해당되는지, Case ②에 해당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대 정시 모집의 경우 타대학에 비해 경쟁률이 대단히 낮고, 문과 계열의 학과는 지원자의 점수 분포가 모집 정원의 1.5배수 이후로 점수차가 크기 때문에 적잖은 수의 과가 Case ①에 해당될 수 있다.
5.
지균 전형의 경우 전형의 취지를 아예 몰각한 설계이다.
서울대는 공식 홍보영상에서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수시 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을 도입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매해 수도권 및 교육특구 지역 출신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시 지균 전형에서는 수치화된 내신 성적이 매우 중요하기에,
특목고 출신 학생들의 지원 자체가 사실상 원천 봉쇄되어 있다.
그러나 정시모집 지균 전형의 경우, 물론 일반전형에 비해 수능 영향력이 적지만,
교과 평가가 ‘학생부교과’가 아닌 ‘학생부종합’ 전형의 유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전국의 거의 모든 특목고와 교육특구 일반고에서 2명의 정시 지역균형 합격자를 내게 될 것이다.
현재 대입에서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학육성법)'에 따라 지역인재 전형이 실시되고 있다.
대학이 위치한 해당 지역 고교 출신이라면, 타지역 고교 출신보다 조금 낮은 수능 성적이어도 합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전형이 도입되면서 쾌재를 부른 학교는, 최상위 자사고로 평가받는 ‘상산고’이다.
의대 선호 학생이 많은 이 곳에서, 지역인재로 전북대 의대에 보다 수월하게 입학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6.
피해자는 수험생이다.
입시는 정보 비대칭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그나마 수능 100%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 전형의 경우, 수험생들이 구조적인 정보 열위에서 다소 자유롭다.
자신의 수능 점수를 알기 때문이다.
수시 학종의 경우, 지원자는 자신의 학종 평가 점수를 알지 못한다.
대학에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수는 합격하고, 영희가 불합격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따라서 사교육과 컨설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시 또한 컨설팅의 영향력이 어느정도 있지만,
수험생 모의지원 사이트에서 파는 몇 만원 상당의 이용권을 구매하여 학생이 나름 열심히 분석한다면,
적어도 아주 이상한 결과를 받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2023학년도 이후로 서울대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은,
수능성적이 발표된 후 각종 컨설팅에 자신의 생기부를 보내게 될 것이다.
자신이 교과평가에서 어느정도 점수를 받을지 대략적으로 예측이 되어야,
지원 학과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Case ①에 해당되는지, Case ②에 해당되는지도 모르고, 2단계 전형에서 자신의 환산 수능 점수 또한 알 수 없다. 내 수능 점수를 내가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반전형을 지원할지, 지균 전형을 지원할지도 수험생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특히 서울대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대부분 ‘어떻게든 서울대에 꼭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많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원서접수 마지막날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다.
수능 잘봐서 이제 끝인 줄 알았는데, 7교시 원서영역이 더 힘든 것이다.
7.
서울 시내 주요대학 중 정시 모집에서 ‘학종 스타일’의 전형을 취한 대학은 2023학년도의 서울대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연세대는 2019학년도 입시부터 국제계열(UD HASS 등) 모집에서 학종 전형을 도입했다.
수능은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에만 활용되고,
학생부 평가와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이 전형으로 입학한 수험생 상당수가 컨설팅과 면접 학원 등 사교육을 활용했다.
또한 현재 서울대 사범대의 경우 정시 전형에서도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해당 면접은 매우 극소수의 지원자에게만 ‘0.5점’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형태로, 그 영향력이 아주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20학년도 모 학과에서는 지원자 3~4명의 합/불이 갈렸다.
그렇다면 1점, 2점 차이는 얼마나 더 클까.
정시에서도 전공 적합성을 반영하고 싶다면, 차라리 학과별로 과목별 반영 비율을 달리하거나, 특정 탐구 과목을 응시한 수험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립대의 경우 상경계와 비상경계 모집 단위의 반영 비율이 상이하며, 한양대의 경우 과학탐구 2과목 선택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입학처에 계신 여러 전문가 분들께서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형을 설계하셨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 전형은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매우 큰 상처가 될 수 있기에, 일종의 ‘교육 실험’은 자제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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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존1나 파다가 재수됐는데 4수하라는 신의 계시인가
근데 수능 성적으로 비교내신을 주면..좋을듯한데
맞습니다.서울대의 저 전형은 그냥 변종학종이고 대국민사기극입니다.
내신 9등급 나오고 N수 끝에 역전해서 수능 1등급 달성한경우는 어떻게되죠?
그런 분들은 이제 수능을 아무리 잘봐도 서울대 입학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망한거네요
제가 이해를 잘 못 해서 그런데 비교내신이 적용되는 N수생들은 어째서 전보다 더 불리해지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수능 성적과 비례해서 적용되니까 수능 성적만 높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N+1수
검정고시생은요?
마지막 기회를 쳐 뺐네
왜 검고생 매뉴얼은 없는것인가...
ㅇㅈ요 저도 검고생인데 더 답답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