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확률 [404935] · MS 2012 · 쪽지

2012-10-03 01:18:04
조회수 4,300

고백해도 될까요?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3097635

벌써 12시가 넘었네요.


 


오늘 하루 종일 공부하느라 피곤했는데 웹툰 보면서 하루를 마치는 것도 소소한 재미네요. ㅋ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랍니다. 그런데도 하루에 컴퓨터 30분씩 꼬박 꼬박 한답니다. ㅋㅋ 


 


원래 잠이 별로 없는 편이라서 잠 쪼개서 한다는게 맞는거죠 ㅋㅋ 오늘은 학교 재량휴업일이라서 아침부터 계속 공부만 했답니다 ㅠㅠ


 


지금까지 여자를 사귀어본 적이 없습니다. 2번 고백 받았었고 잠시 만났지만 그냥 미안하다고 말해버렸답니다. 여자가 못생겨서가 아니라 제 마음 속에 있는 여자아이 때문이죠 ㅠ


 


그 여자아이는 저보다 2살 어린 고 1입니다. 학교 선후배 관계가 아닌 아빠 친구 딸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친구들이랑 모이는 걸 좋아하시기 때문에 어렸을 적 자주 만나 놀았습니다.


 


그렇지만 지역간 거리차가 있어 중 2 이후론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광주 그 아이는 서울에 살아서요.


 


저희 둘은 단짝이었습니다. 보통 아빠 친구들 아들 딸이 10명 정도 모였지만 저희 둘은 항상 같이 다녔으니까요. 초등학교 때부터 마지막 만난 중 2때까지 만날 때면 항상 손을 잡고 여기저기 거늘기 바빴습니다.


 


부모님들이 사귀냐고 물으면 둘 다 얼굴이 빨개져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던 기억도 나네요.


 


하지만 저도 그 아이도 마지막 만난 그 날까지 휴대폰이 없었습니다. 결국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없게 되버린거죠.


 


허나 중 3 입시 때문에 그런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외고에 지원했고 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결국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하였습니다.


 


진학하고 난 후 1학년 초기 반 아이들은 여자친구 사귀기 바빴습니다.


 


저도 같은 동아리 활동 하는 여자아이에게 고백을 받았었죠. 키 178에 공부 좀 하는거 빼곤 딱히 내세울게 없던 제가 뭐가 좋아 고백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키도 솔직히 내세울 건 아니죠.)


 


고백을 받고 수긍하고 며칠 만났습니다. 손도 잡았지요. 하지만 제가 기억하던 그 설렘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1주일도 안되어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완전 잊고 있었던 그 여자아이가 기억난겁니다. 외고 입시에 실패한 저는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고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떨어질 줄도 몰랐거든요. 그래서 그 아이를 완전 잊고 있었던거죠.


 


그 아이에 대한 기억에 떠올랐고 저는 다시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예정과는 조금 어긋나 이과로 오게 되었죠. 단지 그 아이를 만나고 싶고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던 저는 2학년 때 자주 공부로 밤을 샜답니다.


 


고 3 올라와서 3월부터 9월 모의고사까지 평균적으로 400점 만점 기준으로 372~384 사이를 맞고 있습니다. 연고공 정도는 쓸 수 있겠다 싶네요.


 


중간에 고백도 받았지만 마음속에 있는 그 아이 때문에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얼마 전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 여자아이가 중 3 때 길거리 캐스팅이 되었는데 화보촬영 하다가 힘들어서 그만 뒀다고 하더군요.


 


기획사에선 언제든 다시 연락해 달라고 했다는데 그 여자아이는 절대 안간다고 그랬다네요.


 


내년에 서울에 가게 될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계속 그 곳에서 살거구요.


 


제 친구들은 저보고 마음 한 켠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놈이라고 그러더군요.


 


하지만 저는 한 켠의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보단 더 많은 추억을 그 여자아이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잠깐 좀 새자면 저희 아버지가 그 여자아이 아버지에게 여러 신세를 졌습니다. 덕분에 제가 대학교 등록금 걱정 없이 다니게 됬죠. 고 1 때부터 용돈은 거의 쓰지 않아 세뱃돈 포함 130만원 정도 모았습니다.


 


삼촌이라고 칭하는게 편하겠네요. 그 삼촌이 시계광이십니다. 허나 와이프 눈치가 보여서 47만원 정도 하는 티쏘를 차고 다니시더군요.


 


얼마 전 해밀턴을 몰래 사려다가 걸려 못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선물해드리려고 합니다. 130만원 정도 하는건데 저희 아버지에게 해주신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되지만요.


 


내년에 그 삼촌과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선물의 존재는 모르지만요. 삼촌이 꼭 밥 사주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그 때 전해드리려고요. 삼촌 집 주소도 받았습니다. 꼭 들르라고 하더군요. 서울 오면 제일 먼저요.


 


삼촌도 제가 삼촌 딸 좋아하는걸 아시는 눈치입니다. 식사자리에 꼭 데려온다고 하셨구요.


 


이미 고백할 계획도 다 짰습니다.


 


비록 4년을 서로 잊고 지냈고 외모가 바뀌었지만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 어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사람들 한복판에서 하는거라서 그 아이가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를 꼭 잡고싶습니다.


 


고백해도 될까요? 그 아이에게 상처만 남기는거 아닌지 걱정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호불호우 · 320595 · 12/10/03 01:21

    한복판에서 하는거는 좀 부담시러울거 같아요...

  • 조건부확률 · 404935 · 12/10/03 01:26 · MS 2012

    아 역시 그런건가요... ㅎ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겠네요.

  • 전대의예 · 405818 · 12/10/03 01:48 · MS 2012

    오 멋지네여ㅋㅋ 티팍팍내세여ㅋ 여자애귀에 들어갈정도로 내야 나중에 고백할때 좀더 자연스러울것 같아여

  • 김원봉. · 376321 · 12/10/03 01:58 · MS 2011

    저는개인적으로사랑해도될까요가떠오릅니다.

  • Shalarla · 240166 · 12/10/03 02:02 · MS 2008

    작성자분보다 몇살 더먹은 사람인데 와우 멋져요! 좋아요 드릴게요

    "하지만 저는 한 켠의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보단 더 많은 추억을 그 여자아이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 말 그대로 전해주시면 되겠네요

  • 김원봉. · 376321 · 12/10/03 10:54 · MS 2011

    저한테도 그렇게 따뜻하게 좀 대해주세요 ㅜㅜ 오프 때 뵙시다.

  • immortality · 336490 · 12/10/03 10:10 · MS 2010

    멋지다
    잘될거같아요ㅋㅋ 힘내요

  • <<예니체리>> · 270842 · 12/10/03 10:50 · MS 2008

    전 님보다 나이가 좀 많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초등학교때 첫사랑으로만 간직해온 여자애를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게되면서 오랜만에 연락을 했죠..지금 생각해보면 영화나 만화에서 본 판타지한 생각들로 길거리고백 텔레비젼고백 등등 낭만적인 패기있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결국 사귀게 되었는데 멋있는고백같은게 아니라 내마음속에 특별한 너란 존재라는걸 각인시켜주면서 서서히 접근했습니다. 제가 하고싶은말은 고백한다는관점에서 보지마시고 오랜만에 밥사줄게 라고 만난다음 서서히 진행하라는 것입니다. 연애경험이 없을때는 감정적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성적으로 다가가야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쉽다는것을 늘 느낍니다. 일단 좋은대학을 가시면 성공률은 엄청 높아지겠죠^^

  • Iron man · 408807 · 12/10/03 12:00 · MS 2012

    222222222 동감

  • 김원봉. · 376321 · 12/10/03 11:06 · MS 2011

    그냥고삼끝나고고백하세요.

  • For 2014 · 405456 · 12/10/03 11:26 · MS 2012

    우와 ㅋ 멋잇어요 !

  • Le Blanc · 368502 · 12/10/03 13:37 · MS 2011

    수능 끝나고하세요.

  • ..signme · 30745 · 12/10/03 14:54 · MS 2003

    식사자리에서 하신다구요??
    제가 잘못읽은건가 ㅠ

  • Astika · 394725 · 12/10/03 18:40 · MS 2011

    수능끈나고 바로하셔요 ㅎ
    일단 행동에 옮기는게 안하고 후회하는것보다 훨씬낫답니다 ebs지문에도 있엇던걸로 기억 ㅋ

  • 닭둘기★ · 376846 · 12/10/03 19:46 · MS 2011

    남친있는지 확인하시는게 급선무일듯ㅋㅋ 근데 아버님 앞에서 고백하기는 좀 부끄러우실텐뎈ㅋㅋ

    시계는 차라리 다음에 주시든지 고백을 다음에 하시는게 나을것 같기도 하네요. 아버지한테 시계선물하고 옆에 그녀에게는 고백을ㅋㅋㅋ

    떨리시겠지만 드립 좀 치자면 고백의 결과가 좋으면 선물하셈ㅋㅋ

  • 설의가게도와주세요 · 414138 · 12/10/03 22:11 · MS 2012

    자작나무

  • dontregret · 344250 · 12/10/03 22:54 · MS 2010

    ??머가 자작나무?
    저 글이 다 자작이라고 하시는거?;;

  • 비요뜨 · 378165 · 12/10/03 23:04 · MS 2011

    무리수예요
    성공하면 진짜 좋은데 너무 부담스러운 방법입니다
    1. 그 여자분 남자친구가 혹시 있는지 확인해야되고
    2. 고백은 님이 하고싶다고 하는게 아니예요 서로간에 충분히 가까워졌고 서로가 좋아한다는 확신이 생겼을때 확인차원으로 하는겁니다. 다시 만나시면 폰번정도만 받고 다시 정말 사귄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가까워 진 후에 고백해도 늦지 않ㄴ아요 그때가 수능 후면 최고의 시나리오겠죠.
    3. 시계도 좀 부담스럽습니다. 입장 바꿔서 님이 등록금 대주는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이 130만원짜리 시계를 줬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걸 받을 수 있을지?..

    드라마같은 사랑 멋지긴 하지만 어째 무리수라는 생각이 많ㅇㅣ 듭니다.... 혼자만의 계획에 빠지지 마시길

  • 비요뜨 · 378165 · 12/10/03 23:07 · MS 2011

    등록금은 제가 잘못 읽은건가요? 집안 형편이 안좋아서 대주는게 아닌가.. 그렇다 하더라도 아들뻘 되는 학생에게 130만원짜리 시계를 받는건... 대부분 어른분들은 사양할껄요?

  • 조건부확률 · 404935 · 12/10/09 20:26 · MS 2012

    저희 아버지가 사업하시는데 망하기 일보직전 갔었습니다. 그 때 금전적으로 도와주시고 여러 업체랑 연결시켜주신 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