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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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래한다. 거래는 일상이다. 돈을 들여 밥을 먹고, 시간을 들여 운동한다.
트레드밀 땀방울은 멋진 몸으로, 졸음을 이겨낸 공부는 우수한 성적으로 환원된다.
(반드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스승은 숭고한 업(業)이지만 그들 역시 국가 혹은 사학재단과 거래관계다.
내가 롤을 하는 시간 역시 나 자신과의 거래다. 찰나의 즐거움대신 대입 성공가능성이 줄어든다.
우리는 이를 기회비용이라 배웠다.
모든 거래는 계약에 기초한다. 복잡한 계약서면이 없어도 사실은 모두 계약이다.
천 원을 주고 콜라를 사는 것, 펜을 빌려주고 받는 것 역시 묵시적 계약에 기반한다.
남성이 군대에 가는 것, 시민이 세금을 내는 것 역시 국가와의 계약 탓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거래관계에 있었다. 동의하지 않았어도 이 땅에 태어나는 순간
국적이 부여되고 헌법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헌법을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
총잡기 싫어도 군대에 가야 한다. 전투력을 TV에서 뽐내는 근육맨이 면제나 공익을 가더라도 나는 가야 한다.
아무리봐도 둘 다 자기공명을 위해 열심히 한은 같은데 금메달은 안 가도 되고 빌보드 1위는 가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거래관계다. 국가와도, 사회와도, 회사와도, 학교와도, 철학적으로는 자기 자신과도.
거래를 하다 보니 타산(打算)을 하게 된다. 나그네가 머물고 주인집이 술상을 내는 풍경이 사라진 현대에서
거래관계는 많아도 인간관계는 힘들다. 그래서 거래관계는 관계까지 포섭시켰다. 이제 관계도 거래된다.
모임이 생기고, 친목을 한다. 예전 향우회, 동창회로 한정되었던 관계는 그래도 지연, 학연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독서모임, 와인모임, 달리기 모임 등은 취향까지 분모로 확장해 정주지를 넓혔다. 특이한 점은 자본거래가 동반된다. 본인들이 좋아서 하는 것임에도 실비 이상의 돈이 걷힌다. 비즈니스에 기반한 이 거래관계는 구성원으로 하여금 취향이 아닌 사람에 매달리게 한다. 책을 빌미로, 와인을 빌미로, 운동을 빌미로 그 이상의 돈을 댔으니 사람취향까지 욕심을 낸다.
얼마 전 책을 읽고 싶어 독서모임에 나갔다. 무료한 감상평과 무익한 의견교환이 끝난 뒤 뒷풀이에 간다. 단톡방이 생겼고 조금씩 친해지는 사람이 생긴다. 책보다 사람에 관심이 많게 된 이 공간에서 누군가 치정으로 싸웠고 모임은 그것으로 막을 내렸다.
물론 일부 얘기다. 고전을 탐독하고, 그랑크뤼와 사랑을 나누며, 유산소의 삶을 나누고 싶은 이들은 아직도 많다. 이런 이들이 있기에 관계도 거래된다. 거래는 일상이다. 돈을 들여 모임에 나가고, 열띤 활동은 인간관계로 환원된다.
(반드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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