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96151]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19-01-04 16: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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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철 오르비는 5년 전과 달라진 게 없네요 (의대vs한의대..)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20486390

정말 오랜만에 오르비에 들어와봤습니다.

저도 한때 오르비를 많이 했던 사람으로서 입시 끝나고도 조금은 할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생이 되어보니까 오르비보다 훨씬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고,

또 학교 공부만으로도 충분히 바쁘기도 하고 해서 가까이 두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들어와본 소감은.. 오르비는 5년 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느낌?

제가 수험생이었던 5년 전에도 이맘 때쯤에는 항상 의대vs한의대 떡밥이 가득했고,

떡밥이 있는 곳이면 의대 옹호자든 한의대 옹호자든 무서울 정도로 몰려가서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난 것처럼 싸우곤 했었습니다.



물론 내용은 조금 변한 것 같긴 합니다.

그때는 주로 수입에 관한 내용으로 싸웠던 것 같은데 (ex. 한의사 망했다~~~ 부원장 월 200~~~~~~)

요즘에는 주로 학문 자체에 대해 싸우는 느낌이 듭니다. (ex. 양방/한방의 한계는~~~ 논문이 어쩌구~~~)

예전에는 솔직히 직접 원서를 쓰는 수험생들이 훌리의 목적으로 한쪽을 까내리거나 추켜세우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학부생 이상의 상당한 지식을 갖춘(물론 예의는 못 갖추신 분들도 계십니다) 분들이 글을 쓰는 느낌입니다.

이미 며칠 전 글에서 한의사/의사들의 오픈채팅방이 공개됐듯이, 이제는 더 이상 수험생들의 싸움이 아닙니다.



그러면 그 분들은 도대체 이런 수험생 사이트까지 와서 왜 저렇게 싸울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요.

우리가 '그냥' 하는 거라고 말하는 것들의 이면에는 이러한 경향성이 묘하게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싸워서 얻어지는 이익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봅시다.

(순전히 '예시'이오니 오해 말아주세요)

자기 자식이 이번에 수능을 봤는데, 한의대 갈 점수가 살짝 모자르다.

상위권 표본을 하나라도 의대로 보내야 내 자식이 한의대에 갈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그러면 열심히 의대를 찬양하고, 한의대를 까는 게시글을 쓰겠죠.



반대로 한의대의 입결이 예전 허준세대에 비해 낮아진 상황에서,

다시 입결을 올려서 우수한 학생들이 한의대로 많이 들어오게 하고 싶다.

그러면 반대로 열심히 한의대를 찬양하고, 의대를 까는 게시글(은 거의 보지는 못했습니다만)을 쓰겠죠.



간혹 자신이 몸 담은 학문에 대한 긍지로, 아니면 수험생들의 잘못된 선택을 막고자 한다는,

혹은 국민의 건강을 수호한다는 세련된 이유로 싸우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위의 두 예시보다는 훨씬 번지르르하나, 결국에는 무언가 자신에게 떨어지길 바라는 이득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 같은 학부생만 해도 여기서 싸울 신체적, 정신적 여유가 거의 없는데,

학부생을 넘어 현직에 계신 분들이 '아무 것도 얻어질 것이 없이' 여기서 싸울 여유가 있을까요.



사실 싸우든 말든 그건 저 분들의 자유입니다만 제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로써 가장 피해를 볼 사람들은 올해 수능을 치고 과를 고민중인 수험생들이라는 점입니다.

수험생 사이트에 가장 필요한 내용들, 즉 전공이나 직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나, 적성과 같은 것들은 밀려나고,

수험생은 거리감을 느낄, 눈살을 찌푸릴만한 논쟁들이 난무하고 있으니까요.







서론이 길었네요.

좋은 글을 써주시는 의사/한의사 선생님들에 비하면, 저는 경험도 지식도 적은 한낱 학부생에 불과합니다만,

저도 한때 의대와 한의대의 갈림길에 서있던 이과생으로서,

그 당시에는 온라인에서의 글 하나, 댓글 한 줄에 되게 마음 졸이기도 하고, 눈살도 찌푸리고, 고민도 했던 사람으로서,

수험생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몇 가지 당부드립니다.



먼저, 소모적인 논쟁에 신경쓰기 보다는, 이 과가 '나'랑 맞을지 알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한의대의 단점들을 모두 알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한의원 개원이 용이한 한의사가 끌렸고,

제 성격상 의대, 의사의 로딩을 견딜 수 없을 것 같고... 등등의 순전히 '나'에 대한 판단으로 한의대에 입학했습니다.

물론 의사가 페이가 더 세죠. 한국에서 주류 의학이 양의학이기도 하고요. 충분히 좋은 학문입니다.

하지만 순전히 '나'에게 맞는 선택은 한의대였습니다. 지금도 결정에 후회는 없습니다.



다음으로, 온라인에서 알아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발품 팔아서 오프라인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공 박람회나 학과 설명회처럼 과를 객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곳을 가보는 것도 좋고,

주변에 학부생이나 현직 의사/한의사 선생님 인맥이 계신다면 직접 찾아가는 게 가장 좋고요,

인맥이 없더라도 집 앞 병원/한의원에 미리 정중하게 연락 드리고 바쁘지 않을 때 찾아가면

친절하게, 또 자세하게 현장의 소리를 들려주시는 고마운 선생님들이 생각보다 많이 계십니다.

(부담되면 이메일이나 전화 통화로라도)



마지막으로, 오프라인에서 보면 생각보다 의사들과 한의사들이 여기서처럼 서로 물어뜯지 않습니다.

(협회 차원이나 정치까지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요)







오랜만에 오르비에 들어와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글 하나 남겨봅니다.

수험생 여러분들이 모두 후회없는 선택 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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