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은따의 희망글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17472899
안녕하세요. 전 닉이 'Miserere Nobis'였던 사람입니다.
이 글은 졸필인 입장에서 별로 대단한 글은 아닙니다. 일단 본 글은 본인의 탓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치부를 동네방네 소문내고 있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멍청이의 글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징징대며 되도 않는 복수를 하자는 의미에서 쓰는 글은 아닙니다.
필자는 학창시절 학우들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며 3년을 버텨온 사람입니다. 사실상 전교 최대의 아웃사이더였지만, 강력해진 제도와 교내 분위기 상 실제적으로 물리적인 폭력을 당한 적은 없고, 게다가 저에게는 좋은 친구들이 몇이라도 다행히 있었기에 '은따'라고 에둘러서 표현하는 겁니다. 사실 학우들이 필자에게 무슨 피해를 줬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얘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자기 합리화라고 비판받아도, 스스로를 치유하고 그들 입장에선 관심도 없겠지만 용서하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런 식의 '정신적 갈굼'이 저에겐 무려 성인이 되고 2년 동안이나 큰 상처가 되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저는 몸 정확히 장에 불치병이 생겨 신검에서 5급을 받은 사람입니다. 사회에 나와 대학에 입학한 뒤로도 저는 입원과 통원치료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걸린 병과 비슷한 병을 가진 환우들이나, 저 정도의 강도로 은따아싸 신세를 겪은 주위 지인들(저에겐 가족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을 보면, 젊은 사람은 대부분이 그 고개를 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재기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재수생활 동안 병원에서 시험을 봤음에도 뱃지가 증명하듯이 나름 유수한 대학에 입학했고, 지금도 악착같이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만큼은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속물들은 아마 비웃겠지만.
다른 얘기를 해서, 중학교 시절부터 제 꿈은 성직자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재수 시절에도 꿈은 성직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걸것이 신이 준 꿈이든, 혼자만의 망상이든, 정말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죠.
학창시절엔 절 괴롭히다 재수시절엔 절 무시하고 대학 합격 이후에는 절 아예 고립시킨 그 이들을 상기하면 지금도 솔직히 속으론 치가 떨립니다. 사회적으로 지위적으로 이미 그들 상당수를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최소한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피해는 제가 고스란히 안게 된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그리고 제가 몸이 아프고 마르고 여전히 어리고 약한 외모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알바 면접 심지어 동네 편의점 면접에서도 떨어진 뒤부터는, 저는 제가 누구보다 악착같고 잔인하게 살지 않으면 사회에서 콩고물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인문적 소양에서 사고를 완전히 교정했습니다. 교회나 성당에서 만난 성직자들과 교인들은 전부 위선자들이라 생각하고(일부 여전히 인정하는 바) 절대선의 존재나 신의 선함을 부정하게 되었습니다. 성직자라는 꿈도 당연히 버렸지요. (사실 제 몸이 안좋아 실격대상이고 어떤 성직에 붙을 만한 능력 노력 라인도 전무합니다 즉 포기가 정확한 표기일겁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저는 이라크 파병에서 귀환한 미군 병사들이 가족들과, 여자친구와, 친구들과 다시 만나는 장면들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게 되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저 자신에 대한 생각입니다.
저에게 훌륭한 가족도 있고 몇 안되지만 끈끈하고 믿을만한 친구들도 있고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하나라도 작지만 이룬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최소한 저는 제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나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그리고 교육환경이 마련되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재수를 지원받고 좋은 대학에 다니게 됐다는 사실을 감사해야 됩니다. 몇 안되는 소중한 친구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이들인지,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고 날 위해 기도해주는 가족과 지인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과거에 얽매일 시간을 가지는게 오히려 그들에게 얼마나 상처인지를 깨달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 특히 절 괴롭힌 이들에 대한 생각입니다.
그들이 저에게 얼마나 잘못을 했든지 간에 그 영상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들도 누군가의 하나뿐인, 최고의 자녀고 아들이고 딸이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연인이고 소중한 친구라는 겁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오면 아군이든 적군이든 흑이든 백이든 다들 포옹받아야 할 대상이고 사랑받아야 할 대상인 겁니다. 그들은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잊는 우를 범했기에, 혹은 알고도 첫인상부터 나를 미워하며 일부러 상처를 주었지만, 저마저 그들에게 으르렁대고 복수만을 꿈꾸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겁니다. 오히려 그들을 용서해야 하는 것은, 예수와 부처가 말했듯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 것은, 그들 역시 자기만의 고통을 겪는 소우주의 중심이고 생존의 위기에 맞설 때는 동일한 인간으로서 자기 존엄을 위해 싸우기 때문일겁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인생 때문입니다.
저는 제 사회적 이미지나 특성상도 그렇지만, 꼭 그것만이 아니어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게 될 겁니다. 그런데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혹은 성격이 파탄 나버려 악한 인생을 산다면, 어디서 보람을 찾고 어디서 행복을 얻게 되겠습니까? 저는 끝까지 희망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성경에선 사람들에게 '사랑 믿음 희망(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그랬습니다. 그 의미를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성직자가 제 천성이나 이미지에는 맞는다는 것을 이런저런 고민 끝에 알게 되었지만, 이것도 일종의 교만일 것 같습니다.
자격이나 여건도 거의 불가해서 마음이 아프지만, 저는 최소한 신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선과 사랑같은 좋은 얘기들과는 별개로 마지막으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아니 정확히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이번에 병든 몸을 이끌고 다시 수능에 재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왕 서울대에 가서 꼭 저같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네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진리다 줄치고 쫙쫙 외우자 ㅠㅠ
-
S급은 망해도 A급 정도는 해준다.무조건 지를때는 S급을 질러라어중간한 A급...
-
(수험생인데)수능 ㅂㅂ일 가능성이 더 크지 않냐?이제 9평도 치고-67일인데자기...
-
박주영ㅋㅋㅋㅋ 0
통수가 장사
-
근데 꼴블보소 0
아니 앞에 누가 좀 나가달라곸ㅋㅋㅋㅋ 봄쿠랑 추추 두명의 동양인들만 야구하네 ㅠㅜ
-
목표치 상향조정 해도 될듯 0.290-0.350-0.450-0.800호무랑은 13개정도만
-
2루타-워크오프 쓰리란-3루타-솔리런 ㅋㅋㅋㅋ 딸바보 추추
-
지구는 2
공기때문인지 유통기한이 있대 우리 얘기도 그래서 끝이 있나봐
-
내 마음 도착했는지 네가 숨쉬는지
-
꼭 무슨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기타치는걸 빨리감기한 느낌ㅋㅋㅋ가슴팍에 올려 매고 치는게 참 귀여움
-
딴곡들은 솔직히 난 좀 별로고 미안해 널 미워해이게 최고!인듯꼭 방송에서 해줬으면
-
못가능가 그레인키야 좀 만 잘하자...
-
ㅇㅇ 0
ㅇㅇ
-
흠... 0
요새 이런 저런걸 보고 읽으면서 느끼는 건데 밑바탕에 깔려있는 추잡한 모습을...
-
간지가 안나네 날카로운 턱선도 어디로 사라지고나잇살인가
-
외쳐 李李! 1
분식 안하고 잘 막았다 빠따 역전 ㄱㄱ
-
우선이형 떳다! 0
1승 ㄱㄱㄱ
-
ㄱ뫼ㅚ굳굳
-
아기네스 딘인데 진짜 이쁘당...약간 미소년삘도 나고또 얼굴에서 은근히 섹시함도...
-
가라 라헤삘나고 좋음
-
왠지 1위하는거 보고싶다 ㅠㅠ
-
nl중부 선둨ㅋㅋㅋㅋㅋ ㅋㅋㅋㅋ 매카친성님 진짜 쩌는듯
-
아 ㅡㅡ 2
스텟티즈 망함... 개크보 기록 여러모로 잘 볼수있던 유일한 곳이...
-
지누션 두 곡 0
아 진짜 쩐다...멋쟁이신사도테디甲
-
반도에서 0
힙합은 다 필요없고 페리 스톰앨범이 교과서 ㅇㅇ 아차 VJ도
-
지누션과 페리는 1
국내 음악사에 길이 남을 이름 holdin' down에서 프로디지는...후아 ㅋ
-
조회수는 18임 ㅎㄷㄷ;;
-
멜론 가서 긁는 일만 남았다 근데 왜 2008년 앨범은 없을꼬
-
질풍가도 뒤1짐 3
개높아옄ㅋㅋㅋㅋㅋ
-
이렇게 빨아드렸는데ㅜㅜ 터지면 얼마나 기쁠까...솔직히 차우찬은 별로 안빨았지...
-
헿 못불러도 퍼포먼스로 커버 ><
-
호호호 0
All my life i've been fall- fall- falling...
-
허러러럴 1
7월 13일 정현이형 생일이었네... 오뎅탄신일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
it's not the Fall that Hurts 1
쩐닼카카카캌카카카카카카카ㅏ카카캌ㅋ
-
카톡 사진 인증이랑 다른데 매력쩔음
-
우리나라는 저런 밴드 하나 안나오나 큐ㅠㅠㅠ
-
하 0
스웨덴 밴드caesars라는 밴드를 알게됐는데쩐다대박스웨덴 밴드 죽이는 밴드 많은듯...
-
호옹이 0
ㅇㅇ
-
모상기 전진형 동영상 계속 보게 되네... 양씨 오톳이랑 완전 똑같음ㅋㅋㅋㅋㅋ...
-
피안타율 피장타율도 줄고 so/bb는 더 좋아지고진짜 dramatic한 변화를 올해...
-
해해해해해멀스갑 1
올해도 WS 엠비피 먹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사이영
-
네셔널 중부 진짜 재밌을듯... 밀워키 세인트루이스 피츠버그 ㅋㅋㅋ
-
채고의 마무리투수를 영입했습니다 여러분! 내년에 필더 나가고 어쩌고올해 쇼부 제대로...
-
쇼 삼성의 최형우 넌 주인공 인거야 언제 까지나 영원히~
-
투런♡
-
형우신 사랑해요 0
만쉐
-
형우♥ 0
역전승♡
-
광수 쓰리런ㅋㅋㅋㅋ
-
1이닝 3실점이 뭐야 돌았네 진짜지 분에 못이겨서 직구 꾸겨넣는거 보소
-
ㄲㄲㄲ 리얼좋은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신의한수
멋지다
제경우에는 아직 용서하지 못하겠습니다. 신이 있다면 걸맞는 대가를 치뤘으면 좋겠네요
참회와 용서라는 것은 상호적인 일인데, 그것이 불가한 상황이다보니 저 역시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진짜 멋있는 분 같아요 앞으로 하시는 일 모두 잘될겁니당 !
정말 감사합니다. 님도 항상 잘되시길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