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무제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12016920
첫 글자를 쓰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머릿속의 생각을 옮겨 적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것이 뭔가를 더 좋게 해주지 않을까란 일말의 기대감에 기인한다. 언젠가 이글을 다시 봤을 때, 웃음이 먼저 나오길.
하기 싫다. 싫다. 공부를 하는 것은 습관이다. 3년간 해온 일상이다. 1년 정도 더 하는 것은 큰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공부를 한다는 사실이 아닌, ‘재수’를 한다는 사실이 나를 이토록 괴롭게 만드는 것이리라. 나는 왜 1년을 더 해야 하는가. 나는 작년을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이것이 자만일수도, 아직 내가 헤어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그곳에 빠져 죽으리라. 그 밖의 현실이 어떤지 짐작이 가기에. 나의 모든 것, 해온 일들, 그것이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나 지나친 시련은 사람을 죽인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다. 죽는 게 낫지 않을까? 3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단순히 우울증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나는 이것이 평범한 우울증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우울증 치료의 1단계인, 우울증을 자각하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철저한 객관화라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여하튼 이 ‘우울증’이 다른 우울증과 무엇이 다르다 묻는다면, 내가 별로 심적으로 동요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내 마음은 호수요. 맑은 물에 혹하여 발을 담그었다면 깊고 깊은 물속에 잠기리라.
공부는 잘 되고 있다. 신곡을 들으며 푸는 수학만큼 신나는 일은 없다. 그날따라 공부가 더 잘 된다면 더더욱. 그러나 이따금씩 눈을 뜨는 성찰의 시야는 묻는다. 왜 이걸 하고 있을까? 내게는 꿈이 있다. ‘있었다’라는 표현을 쓰기엔 아직 이르다.
소박하지만 거창한 꿈.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나는 이름을 남기자. 세상을 바꾸고 내가 왔다갔다는 흔적을 남기리라. 궁극의 자아실현의 욕구임이 분명한 이 꿈은 매슬로우(?)의 피라미드를 뚫고도 남지 않을까. 우스운 것은 이 글을 쓰면서도, 나한테 문학적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문학적 재능은 몰라도, 넌 잘하면 베르테르 정도는 될 수 있을거야.
펜이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았다. 결국 이 글을 쓰게 한 근원적 동기이자 질문 ‘나는 왜 사는가’는 미지로 남아있다. 안 아프게 죽는 방법은 없으려나. 세상은 너무 가혹하다. 마지막을 쉽게 선택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은 그 악독함의 극치이다. 타나토노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약, 고통없이, 빠르게 인생을 재시작, 왜 아무도 이 약을 만들어 팔지 않을까. 마약보다 잘 팔릴 것 같은데. 현실을 벗어나는 데에는 마약보다 효과도 오래가고, 부작용도 없고, 남한테 피해도 주지 않잖아?
딱히 당장 이글을 쓰고 자살하려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길. 그저 다시 살아갈 이유가 필요하다. 수능을 망친 후 잃어버린 나의 이유. 나의 목표, 꿈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나 그것이 수억광년이나 떨어져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카로스가 본 태양은 달랐을 것이다. 그가 열망하며 올라갈 때와는.
새벽이라 감성포텐 터져서 주저리주저리 써봅니다. 뭔가 다른 사람과 이 기분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오르비가 재수생이 가장 많은 사이트 아니겠습니까 ㅋㅋ 재수시작한지 벌써 4달인데 적응이 된듯하면서도 안되네요. 재수를 막 시작할때의 절망감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감성과 멘탈이 같이 터지면 비정기적으로 오겠습니다, 굳밤.
p.s.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부끄러울것 같지만... 새벽뽕에 취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ㅇㅂㄱ 1
-
박광일 1
박광일이 문제터지기 전부터 문제터지고 자숙하고 이투스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 입시판에...
-
와 개꿀잠잤다 1
메타 머얐음뇨?
-
ㅈㄱㄴ
-
낙지정신나갓군
-
ㅈㄱㄴ
-
방귀뀌려다 ㄸ나옴....ㅅㅂ
-
면접 빡세네 3
PF치곤 많이 어려운데
-
김현우 대기 0
쳐음에 190번대에서 1달동안 180번대로 거의 미동이 없는데 이건 수능날전까지 안빠짐? ㅋㅋㅋ
-
그래도 기분은 좋네,,,
-
머리아파 4
-
이해원 모의고사..?
-
원래 띵학 커리 탈라 했는데 알고리즘이 별로 안좋다는 사람이 많아서;;...
-
여긴 ~시티 0
비키니 시티
-
백분위합 292 이상이면 수업료 독서실비 컨비 면제 식비 교통비만 있으면 됨ㅋㅋ...
-
신난당
-
무슨 칸챔마이맥 비슷한 이름이었음
-
인강 은퇴하셔서 구할수 있는 방법은 없는거죠?
-
선악과는 선과 악을 알게하는 건데 그럼 선악과를 안먹어서 선과 악을 모르는 상태면...
-
공부합시다 0
신승범입니다
-
(서울대 합격 / 합격자인증)(스누라이프) 서울대 25학번 단톡방을 소개합니다. 0
안녕하세요. 서울대 커뮤니티 SNULife 오픈챗 준비팀입니다. 서울대 25학번...
-
일반고 고3이고 내신은 3.8정도 나오는 2학년때 화생지 한 사람입니다 생기부도...
-
나왜안깨웠냐 0
조졌네
-
들어온 인원 관계없이 지금쯤 한번은 열어보죠 그 정원 20명 미만인 모집단위...
-
10.4kg감량
-
의료는 인프라나 시스템보다 인적자원비중이 큰 분야임 0
좋게말하면 능력중심주의고 나쁘게 말하면 능력 중심주의임 아산 소아흉부외과 교수가 팀...
-
3주차부터 듣게됌 근데 주간지 1,2주차가 없는데 이거 어떻게 못구하나? 나중에라도..
-
여캐일러 투척 2
화2 정복 1일차
-
님들 어디감? 4
고려대 식품공학과 중앙대시립대 경희대 전자과
-
왜 여자 아이폰 사용자는 폰이 깨진 사람이 많은거임?
-
수원으로 놀러오세요
-
안녕히계십쇼 7
-
국립의대 담당부서를 교육부에서 보건보ㄱ지부로 이관한다는 얘기가 있음 0
향후 서울의대교수들도 국립대 로테이션 뺑뺑이 돌 가능성이 높음 제가 예전에...
-
걸으면서 방구끼면 운동량 보존되서 더빨리감
-
양치중
-
문과 학과를 기준으로 말하면.. 1. 상경 vs 공학 = 취직 난이도는 공대가...
-
와 나 머하지 2
화장실 찾다가 화장실 없는 곳으로 왓네
-
제이팝 추천해드림 23
랜덤으로
-
멀처먹은거지
-
자기희생 G.O.A.T 대기상 메가 사용하고 사탐런 하신거면 한지 세지 이기상...
-
안경 0
최고의 변장 도구군
-
추어 0
탕탕후루후루
-
이렇게 짰는데 어떤가요? 부모님은 스투, 시대나 기숙의대관이 낫지않겠냐 하시는데...
-
작년에 심화특강 들어서 이번년도에는 전년도 입문엔제만 풀고있는 상태입니다. 정답률은...
-
그냥 아저씨더라 재산이 10조 넘게 있다고 들었는데 ㅋㅋ.
-
학사는 안다니고 독서실 컨텐츠 급식비 등등 모든 가격 다 합쳤을때 얼마드나요?
-
이번 통통이 96점이면 미적92점이랑 같나요?? 올해 미적 1컷 어케됨
-
맨날1~2분씩처늦으면서지적만하는애는 한대 때리고싶었는데...오늘 다른사람이...
-
아 베터리 없네 1
클났네
오... 글 잘쓰시네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