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수능 국어 백분위 97의 넋두리
게시글 주소: https://app.orbi.kr/00010298066
안녕하세요. 댓글만 몇 번 달아봤지 실제로 오르비에 글을 쓰기는 처음이네요.
아마 새벽 시간이라 그냥 묻히고 말 글이겠지요?
올해로 전 다섯 번의 수능을 치뤘고, 안타깝게도 다섯 번의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기존에 다니던 대학은 올해를 끝으로 3년 휴학을 모두 다 쓴 탓에 자퇴만이 남았습니다.
고3 현역 당시 시간이 없어 언어 영역을 10문제 가량 풀지 못해 결국 창 밖의 빨갛게 익은 감을 바라보며 재수를 다짐하던 때를 생각하면 요번 국어는 참 잘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올해 가장 잘 볼 것이라 예상했고 자신했던 영어가 9월 모평보다 백분위가 20프로 이상 낮게 나오고, 고2때부터 좋아했고 잘해왔던 세계지리가 3점짜리 하나를 틀려 3등급을 맞게 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네요.
논술도 길게는 5년, 제대로 공부한 기간만 따져도 3년을 했지만 번번이 수시에 낙방했고 올해 역시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아 속절없이 정시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네요.
이과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문과의 경우 국어보다 영어의 반영비율이 높은 학교가 좀 있더군요.
이럴줄 알았으면 국어 공부할 시간에 영어나 더 할껄 싶은 생각도 들고, 국어와 영어의 점수가 바뀌었다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12수능 언어 5등급에서 13수능 언어 1등급으로 올려보았기에, 하루 15시간 가까이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서 잠도 4시간도 채 못 자며 이 악물고 공부했지만 오히려 성적은 공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나왔었기에... 등등 여러 이유로 다섯 번이나 수능을 치르게 됐네요.
이제 스물 다섯...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벚꽃잎이 흩날리며 온세상을 분홍빛으로 수놓던 날, 시원한 장맛비가 내리던 날,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진하게 물든 단풍잎이 휘날리던 날...
수도 없이 많은 나날들을 전 단지 바라만 보며 오로지 공부에 전념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그렇게 노력했던 지난 몇 년 간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제게 진절 머리가 난다고 하셨을 때에도, 주위에서 왜 쓸데없이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수능만 보냐고 했을 때에도, 3년이 넘도록 짝사랑한 여자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냐고 물었을 때 수줍게 웃으며 '네가 아는 사람이야'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에도...
제가 이렇게 많은 수능을 본 것에 대해 후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새 그 모든 것들이 후회됩니다.
정말 뼈에 사무치도록 후회스럽고 지난 5,6년의 제가 너무도 불쌍하고 안쓰럽습니다.
분명 지난 세월, 제가 열심히 노력했고 그에 따라 좋은 결과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다섯 번의 수능을 치룬 뒤 저의 현실은 너무도 초라하고 볼품없네요.
지금껏 제가 내린 선택이었기에 '후회는 없었다'라고 생각했었고, 그만큼의 확신이 있었기에 봤었던 수능이지만 이젠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할지,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며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너무도 혼란스럽네요.
새벽부터, 그리고 이제 18수능을 앞두고 여러 수험생들이 시험준비를 하는 12월말부터 이런 얘기를 하게 돼서 죄송스럽네요.
지금까지는 그냥 제 개인적인 푸념이었지만 여러분께 꼭 전해드리고 싶은 말은 공부도 열심히 하되 공부만 죽어라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젊음을 굳이 아끼지 말았으면 하는 거에요.
온세상이 나만 빼고 아름다우면 샘나잖아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하 고민되네
-
수학 기출문제집 0
수학 노베라서 과외중인데 쌤이 개념 하면서 기출도 같이 하자고 하셔서용 자이나...
-
엄,,
-
소문의 벽은 되게 감명 깊게 봤는데
-
진힉사 합격컷 23수능 때로 대충 보면 비슷하려나? 서울대 이과 정도 빼고
-
대체 뭐지 0
난 이감을 시즌 1,2,3을 사뒀음. 난 이감을 2-2까지만 풀고 1부터...
-
ㅎㅇㅎㅇ 6
-
견생..
-
갑자기 왜 확통이 안좋은쪽으로 기우는거지. . . 올수 기하65고 국숭세단공대 목표임
-
근데 모 덕코 걸라는데 저 xdk인가 그건가용?
-
누구 하나는 분명히 죽을텐데 누가 죽을까
-
지1:고2 내신 때 빡세게 해놓음 지2:고3 내신 대비 같이 할 수 있음 같은...
-
나만 두개 배웠나
-
1200 플마 120자 인건가요..? 한 1100자 쓰고 글자 수 다 못채웠는데..떨어질까요..
-
ㅈㅂ
-
내신도 해가 지날수록 빡세게 보는 것도 맞지만 전공 연계 교과이수과목도 점점 많이...
-
어떤 여성분 나루토 부모님 죽는 장면 보고 울던건 귀여웠음.
-
검11고 다시쳐야겠구만
-
수리과학부 전정 컴공 여기는 진짜 높네
-
내신은 20수 박아도 안사라지니까 정시파이터한다고 던져놨으면 인생 망하는거 맞죠?...
-
주변에 다 시간남았던데 이번에 난이도 쉬웠나요?
-
반가워
-
프사 6
너무 저질인가..?
-
내일 몇시인가요?
-
(아무도 궁금하진 않겠으나) 2024 이대 자연계 논술 손풀이 0
해답지랑 약간 다르게 푼 부분도 있습니다만, 방향은 거의 비슷합니다. 중간에 낚시...
-
만약 내가 무인도에 불시착 했을 때 살아남으려면 어떤 학과를 전공했어야 살아남을 수...
-
근데 (푸근한)... 일본 여배우상
-
공군 질문받음 5
뜨끈뜨끈한 845기에요
-
오전에 부산대 논술치고 바로 대구 이동해서 경북대 논술 쳤는데, 시험지 받았는데...
-
탑5+고의는 안되는건가
-
경금은 못본거같은데
-
6 7번 제일쉬웠음 자기생각말하기임 1 2번 물리문제 자유낙하실험 시간측정하면서...
-
물론 대학 떨어지면 병약해질 예정임
-
문제 형식이나 풀이 틀린 점 있으면 말해주세요
-
다른 건 암기가 되는데 역사만더럽게안됨뇨..
-
좀 쉬웠던거 같긴한디
-
하나도 후회 안 됨
-
작년에 16만명까진 확인함
-
Canonical 때문에 미치겠네
-
생윤 지구 지엽 2
뭐가 더 많아요?
-
진짜다메닝겐이네 9
왜살지
-
난 그래도 뭐든 평균 이상은 되니까 만족하고 살래 14
❤️❤️ 남과 나를 비교하지 말고 나를 사랑해주기 ❤️❤️
-
한완수 기하하면 3
기출 문제집 살 필요가 없네 ㅋㅋ 걍 기출문제집 문제수랑 별 차이가 없음 그...
-
서성한 어문, 사학과 철학과 등 낮과 vs 이대 상경 어디가 낫다고 보시나요...
-
약을 안먹었구나
-
조용히 손들어볼까?
-
운전면허 2
운전면허 따는데 얼마나 걸리나여
-
올해 서연고 카이스트 면접 다 가봤는데 저는 포스텍이 제일 어렵더군요…
-
취미를 만드는 계기가 됨 강제로 혼자있는 시간이 전보다 많아지니까 남들이 뭘...
-
ㄹㅇ..
마지막 말이 너무이쁘다
힘쇼
힘내세요.
정말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잘 되시길 바랍니다
행복은 누구에게나 온대요. 다만 시기가 다를 뿐... 화이팅!
파이팅
잘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으로 나가시면 .. 꽃길만 걸으시길
이제 삼수생이 되는데
수능 본 횟수 빼고는 저와 완전 똑같네요
여자 얘기까지
글 예쁘게 쓰시네요 울컥했습니다
필력이 너무 좋으셔요.... 무슨 일을 하시던지 화이팅!
진심으로 존경하고 나쁜마음 안먹어주셔서 고마워요 이건 님을 보고하는 말인것같아요
꼭 노력하신만큼 큰 보상이 있을거에요 힘내세요!
군문제는 어떻게 하셨는지
공부하느라 살이 너무 빠져서 작년에 공익 받았는데 올해 떨어져서 공익도 재수해야 돼요ㅠ
잘될거에요 희망은 마지막에 꽃펴요
울었다..
걱정마세요ㅠ 다 잘될겁니다!!
.....................
다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벽에 써서 너무 오글거리는데 그래도 괜찮게 봐주시니 기분 좋네요
마지막말.. 울컥하네요. 말너무이뻐요.. 그래도 살아가보자고요. 어떻게든.
보통 이런분들이 사회에서 엄청나게 크게 성공하시던데..
화이팅이요
,, 화이팅이요,,
국어 성적 어떻게 올리셨는지 쪽지로 여쭤봐도 댈까여,,?
현 고3이지만 많은 것들을 배울수있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대성하시길 바랄게요!